가을맞이 17 문경에서 1

 

하늘은 가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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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하늘에 날벼락은 아니지만 “아니, 웬 물폭탄?”하며 위를 치켜다보니

무늬 없는 청포가 시치미 떼고 있다.

하릴없이 하염없는 방울 떨어트리고 “난 아닌데...” 한단 말이지?

하늘에는 눈물이 없다지만 하늘은 눈물을 흘리는가보다.

{그릿 시내에 물이 마를 때 하늘이 보고만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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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치 않아도 부전승이니 하는 대진 운으로 결승에 진출하고 싶었는데

천루(天淚) 한 방울 이마에 맞고 나니

차라리 “더 세게 때려다오”로 퍼질고 앉게 되더라.

{패자부활전으로 이만큼 올라왔으면 됐지, 뭘 또...}

 

그리고 맑았다는 얘기.

그래서 또 일어났다는 얘기.

날고 싶어서 힐끔힐끔 치켜다봤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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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에서

 

밟은 데 또 밟으면 풀이 자라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사람들이 오가다보면 길이 틀 것이고

수레가 다닐 신작로가 난 후에 발길이 뜸해진 데는

옛길로 이름을 남겨 골동품 대접 받게 되는데

그래도 거기 한때는 과거 보러 나아가는 사람들이 거쳐야 하는

‘영남대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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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남긴 글들이 다 관광자원이라서 곳곳에 시비를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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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랑살랑 솔바람 불어오고

     졸졸졸 냇물 소리 들려오네.

     나그네 회포는 끝이 없는데

     산 위에 뜬 달은 밝기도 해라.

     덧없는 세월에 맡긴 몸인데

     늘그막 병치레 끊이질 않네.

     고향에 왔다가 서울로 가는 길

     높은 벼슬 헛된 이름 부끄럽구나.

 

율곡 이이(李珥)도 그냥 지나가지 않고  ‘새재에서 묵다’라는 글을 남겼다.

 

     험한 길 벗어나니 해가 기우는데

     산자락 주점은 길조차 가물가물.

     산새는 바람 피해 숲으로 찾아들고

     아이는 눈 밟으며 나무 지고 돌아간다.

     야윈 말은 구유에서 마른 풀 씹고

     피곤한 몸종은 차가운 곳 다린다.

     잠 못 드는 긴 밤 적막도 깊은데

     싸늘한 달빛만 사립짝에 얼비치네.

 

 

또, 있지, 수세기를 두고 “그런 쪼다 때문에...”로 욕먹는 신립 장군 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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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촬영장은 그리 많은지

왕건, 세종대왕, 대조영, 연개소문을 그 동네에서 찍었다는데

너럭바위 하나를 두고도Jeannie가 맨발로 춤춘 데라 하고

“궁예가 최후에...”로 설명이 이어져도 난 다 모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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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자전거 페달 젓기 힘들어 들꽃을 보고

 

돌봐줘서 자란 것 아니고 봐달라고 핀 것 아닌 들꽃들

말 안 해도 눈짓, 손짓, 몸짓, 그 짓거리들로 일단정지 사인을 보냈지만

지나친 다음에야 서서 돌아보았다.

{일없이 속도 높이던 뒤차들이 결국 추돌하고

김군은 의미 없는 안전사고로 척추에 충격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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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라도 괜찮고 노랑이어서 못할 게 없는 이들이

모여 보색 대비의 상승효과를 노린다.

그렇게 저 아닌 것들과 어울려 사는 게 좋다고.

{고려연방제의 의의는 풀꽃공화국-에, 그 ‘공화국’은 빼자-, 아니 풀꽃세상에서나 찾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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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 한 세대를 두고만 말하자면

제 자리 차지하자고 싸움질이나 하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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