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초입

 

허름한 만큼 값도 헐하지만 맛은 싸구려가 아닌

괜찮은 밥집 하나 찾아내고는

물리지 않도록 가끔 찾아가면서

갈 때마다 칭찬해주고 싶은 데가 있고

음식은 별로인데 분위기 때문에 고가를 치르는

그 만만치 않음을 매력인 듯 여겨

불평하며 한 번 더 가고 싶은 데도 있다.

 

구경도 그렇고 식당도 그렇다.

너무 멀지 않고 너무 뻔하지 않고 너무 붐비지 말아야 한다지만

좋으면 사람 꾀고 그러면 복잡하고 서비스 질도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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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나는 데 혼자 알듯

좋은 이 숨겨두고 저만 찾아가고 싶지만

임도 다리 달렸다고 돌아다니니까

나 혼자만이 그대를 알고 싶소?

송민도씨 꿈 버려요.

 

그래도 사랑은 나누지 못하는 것

밥을 나누어 먹듯이

같은 하늘을 어디서나 쳐다보듯이 그럴 수 없는 거니까

대문자로 시작하는 ‘당신’과 정관사를 붙인 ‘님’에게도

내가 그러기를 바라지만

그런 독점에 법적 보장이란 없으니까

속상해서 울고 다투기도 할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두 번 보면 어떻겠으며

탁월을 칭찬하는 거야 예절이기도 하지만

공연 보고나서 열심히 박수치고 떠나면 되지

사인 받겠다고 어정거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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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남편 아내 같이 있는 것 말고

무슨 아슬아슬한 길을 일부러 택해서 걷거나

다 늙은 몸에도 뛰는 가슴과 불 지핌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면...

그 바람이야 비밀 아니지만

막상 실행하자면 치사하게 숨겨야하는데

그런 부담 안기에 자신 없으면

성인(聖人)을 사랑하는 수밖에 없지.

믿음도 사랑이고

모든 종교는 사랑을 가르치더라.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따위로 괴롭지 않으려거든

그 수밖에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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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차이라도 달이 바뀌니까

갑자기 쌀쌀해진 듯하다.

조금 흔들렸던 것 괜찮다고 하자

{그게 ‘조금’이냐고 시비 걸지 말게}

많이 털어냈으니까.

필요했지만, 그래서 살게 되었지만

가린 것들, 저를 보여주느라 저를 잡아준 걸 가렸던

잎들 털어내고

자랑할 게 없기에 비로소

“내 모습 이대로”가 진실한 고백이 된

겨울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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