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지긴 했지만 더 뛰고 싶다

 

보고

 

  갑작스런 복통으로 불편하고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잘 다녀왔다.

 

  알지 못하는 집안의 본 적 없는 젊은이들 백년가약-말이 그렇다는 거지-을 맺는데 주례를 맞게 되었다. 먼저 부탁 받은 분의 배려에 따라 별 볼 일 없는 이에게 돌려진 것이리라.  남다르게 야단스러울 정도는 아니고 있는 집 형편으로는 그만큼은 하려니 싶은 잔치였다. 한참 안탔다고 자전거 타기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니니까 주례야 뭐 그럭저럭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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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농이라며 손을 보지 않아 차밭이 잡초와 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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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물 같아라

 

 

  한 차 타고 같이 다니는 길이라서 사진 찍자고 차를 세우기도 그렇고 좋은 카메라를 들고 나서지도 않은 걸음이었으나, “이제 막장입니다”라며 쉬었다 가기를 권하는 가을 벌판을 그냥 지나치려니 아쉽다. 금빛 햇살이 사천당가의 암기인 양 만천화우(滿天花雨)로 쏟아지는데-무협지를 읽는 사람이나 아는 얘기- 살촉은 치명상을 입힐 정도로 날카롭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 눈에나 명당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저 괜찮지 싶은 땅은 이미 누가 차지하고 있고 형편에 따라 그럴싸한 집을 지어놓았다. 볏짚이 짧아져서 초가집을 지을 수는 없지만 황토방을 들였는데, 미니멀리즘이니 하는 얘기할 것도 없고 꾸미지 않으면 좋겠건만 뭘 많이 들여놓아 골동품상 뒷방 같은 느낌이 드는 데도 있다. 주인이 좋다는데 지나가다가 차 대접 받는 이야 칭찬해주면 될 것이다. {“음, 어쩌면 쩜쩜쩜” 하면, 실망의 탄식인지 나도 그런 걸 가지고 싶다는 탐욕의 표현인지 잘 모를 것이다.} 차 대접 잘 받고나서 무슨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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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님 덕에 나발 분다는데...

                                     좋은 분 따라다니며 대접 잘 받는다.

 

 

 

비운의 실패자

 

  사람들 앞에 설 기회가 있었다.

 

  -야구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는데,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도 월드 시리즈,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시리즈인가 하는 때이니, 야구 얘기 좀 하지요. 왜 실력이 있어도 안 풀리는 선수가 있고 그렇잖아요? Anthony Young이라는 New York Mets의 투수가 있었는데, 그는 1993년 6월 28일에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무슨 기록이냐 하면 ‘24연패’라는 진기록입니다. 그는 82년 전에 Cliff Curtis가 수립한 23연패의 기록을 깬 것입니다. 그 후에도 세 번인가 더 졌습니다. 그게 어째서 대기록이냐 하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어느 팀에서 내리 지는 투수를 계속 등판시키겠습니까? 주전 투수가 세 번만 연패해도 신문, 방송, TV에서 와글와글하고, 구단 측에선 신경질 내고, “정 그럴 거면 딴 데로 보내줄게.” “이군에 가서 좀 쉬다 올래?” 그런 압력도 받을 거라고요. 24 게임을 내리 진다는 건 구단주와 매니저가 정말 오래 참은 거예요. 지고 또 지는 녀석을 마운드에 계속해서 세운다는 게 그게, 그게 참...

  “눈을 들어 하늘 보라”라는 노래 있지요? 거기에 “오래 참고 기다리셔”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저는 거길 그냥 지나가는 적이 별로 없습니다. “오래 참고 기다리셔”, 거기서 쉬었다 가게 되더라고.

  전 한 시즌에 이겨본 적이 없는 투수입니다. 왜 계속해서 던지라고 하는지 “난 알 수 없도다.” 매인 몸이니까 하라는 대로 하는데, 이거 뭐 죽겠어요. 그런데, 그분은 또 오죽 하시겠어요? “야, 제발 좀 이겨봐라. 난 믿어. 널 그만두라는 얘기 아무 때라도 할 수 있지만, 널 드래프트 일번으로 지명했던 내 체면도 좀 생각해다오.”라는 뜻일 겁니다.

  사실 그 Anthony Young이라는 투수 말이지요. 스물다섯 번째 지는 게임을 봤는데 8회까지 0-0이었습니다. 9회에 two-run homer를 얻어맞고 졌어요. Mets가 먼저 점수를 냈다면, 9회에는 다른 마무리 투수를 내보낼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기록으로 얼른 판단하듯이 아주 형편없는 선수는 아닙니다. Major League에서 던질 만하니까 내버려두는 거예요.

  뭐 길게 말씀드릴 것 있나요, 당신은 이기는 선수입니까? 아니면 차라리 선수생활을 그만 두었으면 좋겠습니까? 아이들 말로 ‘쪽 팔린다’고 그러대요. 죄송하고 부끄럽고... 그래도 그냥 일하라고 하시니? 포도원으로 가라 하시니? 마운드에 서라 하시니?-

 

 

  응, 요즘엔 눈이 자주 시려서... 이천 명 앞에서 운 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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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의 꼬리며 과꽃이며 아직 남아 있어 치우지 못한다.

 

 

  Curt Schilling은 41세(만)이니 운동선수 나이로는 환갑이 지난 셈이다. 그래도 Post-season 큰 경기에서는 확실한 해결사이더라.

  나는 나이 이쯤 되어 변변한 winning record도 내세우지 못하니 부르는 데가 없다. 어디 Minor League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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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어느 할머니가 그러시더라. “선생님은 카리스마스가 넘칩니다.”

카리스마가 워낙 많으니 ‘카리스마-스’라 했을 것이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그냥 “한 해가 또 가나보다” 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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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에서 이틀이 지났구나.

    잠시 멈췄으나 ‘깜짝 찰칵’으로 담아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