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 어찌 이런... -Winter storm
빙점 이하로 떨어졌다고 ‘零落’이라고 한다면 말뜻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 하겠는데
하루 사이에 52도가 떨어져서 섭씨로는 27도에서 영하 2도로 내려갔다면
그런 곤두박질을 두고 뭐라 하면 좋을까?
어제는, 아니 하루 지났으니 그제가 되겠네, 여름 같았다.
웃통 벗어젖히고 뛰는가 하면, 보행이 불편한 노인들까지 보조기구에 의존해 나와 다녔다.
새들과 다른 동물들도, 꽃과 모든 식물들도 그런 날씨가 아주 잠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더욱 아까운 듯 맘껏 즐겼다. {그랬을 것이라는 짐작이니, 토 달지 마시게.}
더운 지방이라지만 엄연히 ‘겨울’이 있고, 며칠은 화씨 32도 언저리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아주 가끔, 보통은 겨울에 딱 한번쯤 얼음비가 내려 초등학교를 닫는 경우가 있다.
아, 어제 오늘, 그리고 이틀 정도 더 계속되리라고 하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내일 아침은 15도-섭씨로는 영하 9도를 밑도는-까지 내려간단다.
어제 아침부터 일기예보뿐만 아니고, 정규프로그램 진행 중에도 계속해서 주의보, 경보를 띄웠다.
세상에, 이곳에서도 식품 사재기까지?
좀 짜증스러웠다.
뭐야,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다는 건가? 설국열차에라도 올라타겠다는?
종말은 오면 종말이고 오지 않는 동안에는 종말이 아니고
대비해도 종말에는 다 소용없는 것.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 응?
오지 않은 것-未來-에 대한 염려로 현재를 망치지 말자, 응?
Present. 現在, 臨在, 膳物, 참 좋은 말.
信物은 어두울 때 켜는 촛불 같은 것으로 대비하여 두면 좋겠지.
“선물을 들고 오지 못해 미안해” 그럴 때에 하는 말이 있거든.
“You are present. You are the most precious present that I've ever got in my life.”
햇빛이 모자란다고 촛불을 켜겠는가?
해가 지면? 밤이야 캄캄해서 밤인데, 밤이 오면 밤이고 지금은 낮.
待臨節은? ‘그대’를 기다리는 때.
밤은 빛을 기다리고 빛을 추억하는 때, 그러는 동안 빛은 가지 않았고 이미 와있네!
이곳 사람들은 스노타이어를 따로 준비하지 않은데다가 빙판 운전이 서툴러서
눈 한 꺼풀만 덮이면 온 도시가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하필 그런 날 딸이 온다네.
감사절에 당직이 걸려-상관이고 선임이면서도 직원들 봐주느라고- 오지 못했던 딸이
성탄에는 혼자이신 시아버님을 뵈어야 하니 이번 주에 오겠다고 했는데...
공항으로 마중 나가는 사람에게 신신당부한다. “얼어붙는다는데... 조심해서...”
아 “武運長久, 이기고 무사히 돌아오라” 그런 현수막이라도 걸 것을.
잘 돌아왔다.
밤중에, 새벽에 형편이 어떤지 나가보기도 하고.
이런 이런, 캐나다에서도 이런 빙판은 보지 못했는데...
작은 손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처럼 왔는데 집에 갇혀 있자니 근질근질했겠지.
“어머니의 말씀 안 듣고” 나가겠다고 해서, 차에 1인치 이상 덮인 얼음을 떼어내다가
유리창이 와장창 나가버렸다.
옥외 주차하는데, 얼음비는 계속 내리지요, 주말에다가 arctic storm 와중에 문 연 데는 없지요,
어카갔시오, 내래 고민이 많수다.
{많은 사람들이 정전 등 이런저런 불편을 겪고 있고, 대부분의 항공편 결항, 교통사고도 많이 일어난 줄로 안다.}
한번은 오는 것.
윷을 던져 모가 나올 확률? 1/16은 아니고, 손재주에 따라 자주 터질 수도 있을 것이다.
네 모, 윷, 걸? 그렇게 끝내주는 경우?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쁜 쪽으로도? 엎어져 깨졌는데 덮치는? 있지.
일어나면 할 수 없는 일, 대비는 해야겠지만 염려는 놓고 살아야겠지.
그래도 일부러 퇴침 베고 달아놓은 메주 아래서 잘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