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1
그리움이라는 게 처음부터 주소 들고 찾아가는 걸음은 아니지만
뭘 찾겠다고 향방 없이 헤매는지 딱하다.
그렇게 헤맨 자취 일부러 남기지 않았으나
더러 따라오기도 했고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게 다 집 찾아가는 길이었으리라.
너무 멀어 혼자 가기가 그래서
길동무 찾다가 더 늦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고도 혼자인지?
비 내려 일찍 어둑해진 바깥을 내다보는데
앞뒤 베어버리고 “堂上書生空白頭”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杜甫의 ‘秋雨嘆三首’ 중에서 리라.
마루 위 별 볼일 없는 글쟁이는 일없이 머리만 세서 에휴~}
2
부재 때문에 확인하는 임재.
{곁에 없음으로 인해서 함께 있음이 뚜렷해진다는 말.
어렵다고 그럴 것 없지? 풀면 시시해져서 그래.}
그러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임이겠네?
그러니 가까이 있어서 너무 먼 그 ( )은 억울하겠네?
그래도 가까이 다가와라.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 ...)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해지는 하늘에 쓰네
-고정희, ‘하늘에 쓰네’ (부분)-
그리움은 아픔이지 아마?
떨어져 있으면 그래.
방전할 때 가슴이 뛴 후
심드렁해지고 불편하다.
부재든지 공존이든지 기쁨은 아니네?
3
아마, 거기가 눈잣나무 숲이었지
비가, 연한 녹색의 비가 눈잣나무에 내렸어
아니, 눈잣나무가 비에게 내려도 좋다는 것 같았어
그래, 눈잣나무 몸피를 부드럽게 부드럽게 씻겨주는 것 같았어
아마, 병든 아내의 등을 밀던 내 손길도 그랬었지
힘을, 주어서도 안 되고---
그저, 가벼히 껴안는 것처럼 눈잣나무에 내리는 비
그리, 자늑자늑 젖어드는 평화
아마, 눈잣나무도 어디 아픈 거야
문득, 지금은 곁에 없는 병든 아내가
혼자, 눈잣나무 되어 비를 맞는 것으로 보였어
그만, 나도 비에 젖으며 그렇게
그냥, 가벼히 떨리는 듯한 눈잣나무에 기대고 있었어
―박제천, ‘비의 집’-
집은 그렇게 같이 만드는 것.
간지럽다고 키득거리지 않고
아프다며 성내지 않고
애무를 즐기는 이들이 누리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