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편지
그때는 다니기가 불편한 시절이었고 중원이 좀 넓어야 말이지
한번 고향 떠나면 돌아가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집에 소식 전하기도 그랬겠고.
장부(丈夫)가 큰 뜻을 품었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아녀자는 상관치 말아야 하고
집 떠나면 그저 돌아올 날 기다리는 것이지
찾아 나설 수도 없는 일.
돌아다니는 이라고 가족을 아주 잊기야 하겠는가
답답해서 나오기는 했다만
어디 집 같은 데가 있을라고.
해서... 더욱이 찬바람이라도 불 때가 되면...
風來入房戶 문틈으로 바람 스며드니
中夜枕席冷 밤중에 베개머리 써늘하구나.
氣變悟時易 기후가 변해 철 바뀐 줄 깨닫고
不眠知夕永 잠 못 이루니 밤이 길어졌음을 알겠네.
-陶淵明의 ‘雜詩’ 중-
杜甫는 또 그랬다.
客睡何曾着 秋天不肯明
入簾殘月影 高枕遠江聲
計拙無衣食 途窮仗友生
老妻書數紙 應悉不歸情
-‘客夜’-
늙은 처에게 몇 차례 편지 보내나
돌아갈 형편 안 됨만 밝히게 되네!
난 뭐 그런 처지는 아니다만.
집에 다녀온 지 얼마 안됐는데...
그때는 마침 꽃이 없고 잎도 곱게 물들지 않았더랬다.
이제 와서 장미가 다시 피고 꽃배나무(Bradford Pear) 잎도 물들어 날린다고
사진 보내왔다.
잎에 몇 자 적어 보낸 줄 안다.
‘육체파’는 아니지만 냄새만은 참 좋은...
맛으로 치면 맵고 시다고 할까, 장미향이라기보다 레몬 향 같기도.
난쟁이 배롱나무인데도 창을 가려서 늘 쳐줘야 하지만
내가 없으니...
장미 크기가 접시만하고, 부용은 쟁반 같고 그랬다.
뭐라도 왕창 큰 것은 ‘Texas-size’라고 부른다.
더 좋을 때, 그러니까 제 철 장미.
우리 뒷마당의 자부심은 보라색 장미였다. 색깔, 향기, 크기하며...
그 숱한 기러기아빠들하고 같이 나눌 얘기였다.
그런데 집 떠난 건 다른 식구들인데
왜 집 지키는 남자를 두고 기러기라 하는가 말이다.
추워지고 연말 다가오는데
잘들 견디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