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말 1

 

 

개념 없고 되지도 않고 되어서는 안 될 무슨 ‘대운하’인가 하는 얘기는 쏙 들어갔고

다른 것 길게 늘어놔봤자 별 뜻도 없고 뭔지 모를 얘기, 그렇지만...

갖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부동의 일위, 전혀 추월을 걱정할 필요 없는 부자.

“나의 진정을 받아주소서”라고 호소해봤자 쳐다보지도 않는 이들이 야속해서

“국민들이 노망들었나, 해도 너무 한다”고 탄식하는 안 되는 동네.

그리고 구국의 웅지를 품었다 해도 어떻게 알려줄 방도조차 없는 이들.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지 각 진영 유세차에서 소음을 쏟아낸다.

안 보자면 눈 감으면 그만이지만 안 듣자면 귀를 막아야 하니까 그게 좀 번거롭다.

견디자. 어떻게 넘어가겠지.

{그는 지지자들마저 “오년 금방 지나간다고...” 그러고 있는 줄 알기나 할까?

얼마 안 있으면 떠날 분이 얼마나 밉상 떨었으면...}

 

말, 말, 말이 쏟아진다. {때가 때이니.}

1965년, 무슨 ‘개론’ 시간에 langue와 parole의 차이를 두고 뭐라 하시던 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토요일에 전화 한 번 들어오는 바람에 ‘말하기’를 거르지 않게 되었다.

혼자 있다고 ‘말’을 잊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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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에 장보고 들어간 후로 나갈 일이 없었다.

토요일 저녁쯤 처음으로 ‘심심하다’는 느낌으로 TV를 켰고

이년 체한(?) 기간 동안 5분 이상 들여다보기로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유현목 감독 근황을 알게 되었고... 담배피지 마세요, 여러분.}

 

이러다가 폐인 모드의 고착화?

해서... 어디라도 나갔다 오자! 늦었지만 뒷동산에 올라갔다.

이미 어두워졌고 돌부리와 밖으로 나온 나무뿌리들을 조심해야 하지만

도심이라도 캄캄한 데가 있는가 하면 숲에는 잔광이 있어 언제라도 Heart of Darkness는 아니거든.

유혹의 불빛, 슬픈 거리를 내다보면서 “Far from the Madding Crowd!”라고 씨부렁거리다.

{영화로는 Julie Christie와 Terence Stamp가 나왔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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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일정량의 아픔은 나그네 배낭이나 화물선의 바닥짐처럼 달고 사는 것.

바울에게 있었던 ‘육체의 가시’만큼은 아니지만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라는 느낌 놓치지 않을 정도의 찌름은 있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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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서 알게 되는...

 

 

잎들.

높은 데 달려 하늘빛 더 푸르게 하다가

땅에 떨어지고는 흙빛에 보태준다.

밟혀 부스러진다고 미안해할 것 없다.

그 바삭거림이 산짐승과 희롱하는 아기중의 웃음소리 같다.

레드카펫에서 포즈 취하며 뿌리는 유성(油性) 미소 아닌

바싹 마른 가랑잎 같은 웃음이 난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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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어 왜 Edit Piaf가 생각날까?

아마도 “너는 어이해 생겨나와” 때문일 것이다.

‘Mea Culpa’ 라... 사랑이 죈가? 일곱 대죄까지나...

그러면 해줄 말 없지. 아닌 줄 믿고 갈 데까지 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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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서 밥 지어먹고 옷 다리고 이것저것 챙기고...

그렇게 주말 지나갔다.

 

고등학교 교훈이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었는데...

문화인들이 바쁘게, 즐겁게, 우아하게 보낸 ‘행사 보고’에 배 아파서도 아니고...

그저 제 분수대로 사는 것이다.

{그럼 자유인은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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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아름다운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