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1
가고서 좋은 사랑은 갔기에 좋은 것일까
{꽃 지고서 생각나는 아름다움처럼 말이지}
아프지 않아 좋은데 사는 재미는 없어서
더 아프기 싫다면서 그 아픔 다시 불러봐
그건 안 아프지 싶어 신상품 기웃거릴지
12월은
놓친 것을 아까워하면서도
갔기에 안도하며
그래도 허전한 건 어쩔 수 없어
애물단지 자식 출가시키고는
자청하여 손자 떠맡았는데
경험은 많아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아
고생이 재미를 넘어서더라고
어디 재미있기만 하겠냐고
아니 힘든 게 재미 아니냐고
편하면 등산이 좋겠냐고
차도 물이 낫지 왜 언 땅위에 웅크리고 있는 거야
정상의 뿌듯함 체험하지 못한 날
팔부능선 좀 걷다가 싹싹하게 돌아서고는
하산주 한 잔에 몸과 마음이 풀려
내일 아침 일어나 꼭대기 쳐다보면서
날 좋으면 나서기 쉬울 것이고
궂어도 몸 괜찮으면 열망은 더 끓어서
마음은 꼭대기에 두고서도
이제야 그러지 않아도 되지 하면서
또 오를 거라
정말 굉장치도 않았다.
늘 춥고 눈 많은 데서야 별 것 아니겠지만
경험한 적 없기에 준비하지 않은 도시와 사람들에게는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winter storm이었다.
그래도 제 실력을 알기에 나다니지 않아서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지는 않았는데
이까짓 것(?)에 아예 손 놓은 당국의 꼬락서니는 좀 그러네.
{일본의 원전 사고처럼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하다가 당하고는 손 못 쓰는 거지.}
온몸의 무게를 옆지기에게 의탁하고도 발을 떼지 못하는 녀를 닦달하는 남
“몸을 뻣뻣하게 굳히면 다친다니까 그러네, 긴장 풀고...
안 되겠어, 여기서 기다려요, 차 가져올 테니.”
그러고 몇 걸음 내딛다가 찍~ 꽈당~
손바닥으로 짚었는데 손목이 시큰하다.
입 가리고 웃고 있을까?
{“아고 꼬소...”까지는 아니어도
왜 열린 키친 캐비닛 문에 이마를 찧으면 아픈 사람 놔두고 웃음 참는 상황 있잖아.}
그렇지 뭐.
치명상 아니면 씩 웃고 지나가도 되겠더라고.
남의 잘못 나무라지 말고 내 잘못 자책하지 않고
넘어가면 다행이고
걸렸다가도 벗어나면 되고
그렇게 한 해 가고 또 오고.
5불 쓰고 들고 온 꽃 보름째 이렇다. 우히,‘대박’이란다.
펑, 펑, 연이어 터지는 소리, 뭐야 자폭테러단의 소행은 아니고?
{우습네, ‘폭침’은 우파 용어, ‘침몰’은 좌파 용어. 그렇게 裁斷할 수 있나?}
지붕에 쌓였던 얼음이 녹아 떨어지는 소리.
경기 회복되었다고 해도 음지에는 혜택이 쉬이 돌아가지 않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