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절기로는 그렇다는 얘기지
꼭 그날 쏟아질 건 아닌데
간밤에 비로 눈으로 바람으로 몸부림치더니
날 밝고 저렇게 시치미 떼는 하늘 좀 봐.
1
거기 눈 내린다고 그럴 때 눈 왔을 게고
여긴 비가 왔거든, 마침 나갔다가 젖었지.
새벽녘엔 눈 되어 내리더라.
거긴 그냥 그치지 않고 내리던가?
같은 때 다른 데 있어
여기 눈 내리고 거기 비 뿌린다.
지척이 천리라니까
가까이 있다고 가까운 게 아니지만
멀리 있는 다음에야 가까울 수 있겠는가?
둘 다 진실인데
포개지지 않는다.
2
온도 차.
내가 사위어갈 때에
다 태우고 데우지 못함을 슬퍼할 때에
안됐다고 위로하는 건지
볼이 발그레해지더라.
3
안개는 볼 틈 없이-보고도 모른 척 하는 건지- 덮어주고
눈은 내리면서 볼 것 다 보고는 메울 데부터 채워준다.
안개는 숫기 좋아 그냥 끌어안고
눈은 낯가림하지만 결국 다가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