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리에게
그때 그녀는 “대전은요?” 그랬다.
오래 됐지만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라는 말도 있었고.
신두리는요?
*최근 보도 사진은 차마 올리지 못한다.
기름띠에 맞선 인간 띠라는 감동 스토리를 엮어내고 있지만...
처음 우려처럼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지만...
전세(?)는 호전되었다지만...
퇴원하지 못하는 환자 같을 것이다.
수술 후 경과가 양호하더라도 예전 같기야 하겠는가?
그렇게 목숨 건지고도 눈물 떨구고 한숨지으며 살 것이다.
한국에서 다닌 데를 얘기하자면 35년 전쯤 뒤로 거슬려야 하는데
기억 더듬어 그때는 그랬더라는 얘기 지금 해도 우습겠다.
{그게 무슨 구한말, 적어도 일정 때 얘기라면 사료적 가치라도 있겠으나.}
신두리는 이년 전 한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들렸던 곳이다.
얹혀갔는지 붙어갔는지 그런 걸음이었지만
초가을 햇볕이 은침으로 쏟아지는 날
억새밭 사이 황톳길을 걷고 모래언덕을 넘고
아기 게들 흩어버리고 마른 불가사리 제쳐주고
천천히 밀려들어오는 물결이 장딴지 간질이는 느낌을 즐기고
철지났어도 몇 개 남은 갯메꽃에게 인사하고 그랬다.
예쁘기로만 하면 지나친 그 여자만 예쁘겠는가
인연도 없는데 첫눈에 반한 듯 찾아 헤맬 것도 아니네.
그만한 바닷가 다른 데 없지도 않을 것이고
다녀보지 않은 나라도 금방 떠올라 추천할 만한 데를 꼽자면 다섯 손가락으로는 안 되겠네.
그래도 거기는 ‘처음’이니까...
{특별했기에 사랑한 게 아니고
사랑했기에 특별해진 거니까.}
선거일에 쉰다는데 투표권도 없는 사람은 뭘 하나?
물어 물어 혼자 찾아가 방재 군단에 섞이고 싶어도 붙여줄지?
그 처참함을 보지 않는 게 날 것이다.
좋은 기억만은 아니라도 첫사랑인데
얼룩이야 어쩌랴마는
지울 수 없는 기름 범벅에 빠트리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파리똥 뒤집어쓰고 누렇게 변색하였다마는
뒤주 위에 놓인 사진을 어찌 치울 수 있으랴.
보여주기 싫고 보기 민망하여도
들리리라, 그렇게 다시 봐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