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

 

나이 이만하여 이제는

곱기만 한 것은 곱지도 않음을 알고

‘아름다운 흉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흉터가 아름답기야 하겠냐만

흉터로 인하여 아름다워진다는 얘기.}

 

그늘이 없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탈출한 노예들이 사막에서 방황할 때에 불과 구름기둥으로 인도하셨다는 얘기는

낮의 해가 상하게 못하도록 그늘을 베푸셨다는 뜻.

 

누가 최고의 테너이냐?

60년대 ‘원판’ 몇 장 모은 사람 있다면 일부러 찾아가 들을 때에

‘미성’으로는 유씨 비욜링을 꼽았더랬다.

이제 와서 생각인데 목소리에 그늘이 없다는 게 장점만도 아닌 것 같다만.

 

이렇게 조용하고 한가한 성탄 맞이가 처음이어서

옛적 생각도 스멀스멀 기어 나올 때쯤

그 시절 단골다방에서 즐겨듣던 비욜링의 노래도 귀에 잉잉거리고 해서...

 

점심 들고 흥겨워 뒷산에 올라가서 ‘오 거룩한 밤’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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