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백지무 (松柏之茂)
송백이라고 겨울나기가 쉬운 건 아니고 잘 견딜 뿐이다.
공자님도 그러시지 않았던가... 子曰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
소나무여 소나무여 언제나 푸른 네 빛? Yes and No.
단번에 떨어지지는 않지만 잎갈이를 하니까.
씩씩하다고 애로사항이 없는 건 아냐.
남의 형편 모르면서 칭찬할 것도 흉볼 것도 아니다.
견딤, 참음(堅忍)은 좋은 덕목이지만 따로 치켜세울 것도 아닌 게
산다는 건 다 참고 견디는 것 아닌가?
아픈 사람은 아픔 가시지 않아도 살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 벗어나지 못해도 살고
죄과(罪科) 있는 사람은 수치를 안고도 살고...
사람 다 그렇게 살아.
신약성경에서 ‘인내’라는 말로 옮겨진 ‘hupomene’는 ‘아래 머물다’라는 뜻이거든.
- 그것은 받치는 힘이다.
사람들, 우마차, 중장비, 전차(戰車)가 지나가도 다리가 끄떡없는 것은
누르는 무게만큼 받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무지막지한 하중(荷重)에 무너짐으로 저항하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것은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로마시대의 전함은 갑판 아래에서 노 젓는 노예들의 동력으로 움직였거든.
노예의 근육이 아니라 증기기관, 혹 원자력이라도 그렇지, 다 아래 있는 것들의 힘이라고.
그러니 참고 견딘다는 것은 그저 어려운 고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네?
언제 어려움 없는 때가 있겠는가?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니고
그저 그런 줄 알고 그렇게 사는 것, 제 몫이니 감당함이겠네?
사는 건 참고 견디는 것이겠네?
힘겨워도 사는 건 그런 거네.
팔 벌리고 선 게 부족하다고 눈 무게까지 보태면 더러 꺾이기도 하겠으나
꼿꼿하게 버틸 줄 안다.
가뭄과 장마... 해마다 있는 거니까 또 올 것이고
온난화, 공해, 솔잎혹파리... 더욱 기승부릴 것이나
나이테 하나 더 생길 것이고
옹이 많은 몸통 좀 더 굵어질 것이다.
그렇게 푸르러라.
{격려 없어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