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하(滴下)
{“가만히 귀 대고 들어 보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
윤석중 선생의 ‘봄노래’ 가사를 제대로 기억하는지 검색 엔진을 틀어보니
떡 나오는 것이 내 예전 포스트 내용인데 다른 블로그인지라 “아니 이런...”하고 들어가 보니
한 동안 아주 내 것으로 도배를 해놓았더라.
고맙다고 해야 되는 건가?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여러 차례 퍼 담아가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위험이 있을 것이다.
에이, 아무러면 어떤가...}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그건 음력으로 헤아림.
설맞이는커녕 동짓달도 다 가지 않은 마당에 무슨...
그래도 다들 아는 구절이 그렇지 않던가?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다 얼지 않았고
그 얼음도 녹을 날 오겠고
실은 얼음장 밑으로도 흐르고 있거든, 봄 오려면 한참 남았지만.
뿐만 아니라 땅 밑에도 흐름이 있다.
남아프리카 사막을 가로지르는데 황야에 폭 10m 쯤 되는 그린벨트가 이어져있더라고.
지하수맥을 따라 나무가 거기만 자라서 그랬던 거지.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김창열, ‘회귀’)
또 있지, 가슴 속에도...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런데 그게, 그러니까 내 맘의 강물이 네 맘에게로 닿을까?
그렇지 않으니까 짝사랑-실은 ‘외사랑’이라고 그래야 맞을 텐데-의 아픔이 있고
오해를 풀지 못해 속 터지는 거지.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없는 거니까.
그렇게 흐르자면, 닿을 만큼 흐르자면
많이, 아주 많이 맺혀야 하고, 다 떨어뜨려야 하거든.
그러니 저 답답하다고 하소할 게 아니고 눈물이 모자란 줄이나 알게.
그렇다고 꼭 물길-‘대운하’ 말고-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더라고.
그 땐 “아니면 어때” 그러자.
그래, 아니면 아닌 거지 뭐가 어떻게 된다고.
{“아니면 말고”, 그 0훈 식 음해성 폭로가 아니고
외판사원 교육 때 들은 실패를 두려워말고 부딪혀보라는 그런 얘기 아니고...
네가 사랑하는 줄 뻔히 알면서 거절도 아니고 무시한다고 해도
할 수 없는 거지, “내가 죽지 못살아” 할 게 아니라고.}
흐르는 것은 막히면 돌아가고
고인 것은 도리있나 떨어지는데
사랑 아니면 어때...
마음은 늘 앞서가기에
지금 동백 떨어지고 있을까, 반가운 매화는 어디에 피었는고 그러지만
제 철 되면 꽃놀이 나서지 못할 줄 안다.
기다리다가 화신(花信) 이르면 “본 걸로 치자”고 그런다.
그만 다 졌더라는 소식 듣고는 안도의 한숨 새어나온다.
한 해를 더 견딜 이유가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