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내 형편에 대해서는 “그러면 어때?” 하고
내 욕심에 대해서는 “그러면 안 돼!” 하고
네 실수에 대해서는 “그래도 괜찮아.” 하고
네 배신에 대해서는 “그래서 슬퍼.” 하고
“그런 거지 다 그런 거지 사는 게 그런 거지 그러며 사는 거지...” 하다가
숨차서 좀 쉬는 아침
좋다.
어제는 그저 그랬어
생체주기의 바닥이었는지
하는 일도 없이 힘들어하다가 그냥 지나갔다.
음지식물도 뙤약볕이 싫은 거지 빛이 없이 살겠냐마는
해굽성(向日性)이 아닌가봐 방콕으로 뭉기적거렸는데
쫓길 이유 없는 날
아침부터 독한 것들 쳐 넣을 것 아니니까 심심한 것 조금만 들고
설거지한 후에 커피 향 들이마시니
노래할 이유 있네?
그때는 “초생에 안 된 것이 그믐에 된다”면서 기다렸고
오늘은 “이제 새로 시작하는 거야” 그러며 움직인다.
겨울 하늘 저만 하면 됐다
유약에 재 한 줌 섞은 빛깔로 덧칠했지만
하늘이 쪽빛임을 아주 가리지는 못하네.
금빛으로 마른 풀들 드러누운 벌판
바람받이에서 홀로 버티다가
실 끊어지면 할 수 없지
{날 만큼 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