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말 3

 

하늘 참 맑다.

아주 파랗다.

겨울에 저런 하늘 보기 쉽지 않거든.

시리도록 파란 하늘인데 춥지도 않네?

{깔끔해도 쌀쌀하지 않은 게 좋지.}

이렇게 좋은 날

잠간 나들이지만 일산까지 다녀왔다.

자유로 달려-아휴, 택시 값이 좀...- 호수공원 지나쳤다가

버스 타고 돌아오면서 북한산 뒤통수 쳐다봤다.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았으면 되니까

헤맬 것 없고 일찍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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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좀 부대꼈거든.

걸귀 아니니까 먹기만 한 건 아니었고

전작이 있다는 친구 목소리 높이는 바람에 좀 언짢았다만

이천식천(以天食天)이니 향아설위(向我設位)니 떠들어대며

주워 넣은 게 과했던가 보다.

{오리 다시 먹나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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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만나서 그러지 않고서야 아기가 생기겠는가

열매도 관계가 있으니까 맺었을 것이다.

누가 다녀갔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맺힘이 많았는데

맛 들기 전에 다 떨어져버렸다.

낙화는 과정이지만 낙과는 의미 없는 상실이거든.

상실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잃음은 이룸이니까 기쁨이기도 하지만

이름 전에 잃음은 이룸을 남기지 못하니 슬픔뿐이라고.

워낙 많이 잃으면 헛웃음이 슬픔도 지우더라마는.

{아주 잃는 건 아니거든, 갈무리할 곳 아닌데 놓인 것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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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처럼 가지에 붙어있는 몇 개

가을에 넉넉하지 않았던 볕 정월 다 되어서야 쪼여주시는데

-남국 햇볕을 이틀만 더? 그런 보챔 필요 없는 거지-

이제 맛 들면 천하일미로 쳐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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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직 파란데

눈 좀 붙이자고 드러눕는다.

외로움에 외로움을 보탠다고 곱절 되는 게 아니고

아픔이 아픔을 만나면 덜 아픈 건 아니지만 견딜 만한 아픔이 되고

슬픔의 중탕은 보약쯤으로 여기고

땀 빼며 한숨 자고나면

개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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