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가는 거지요
물 건너시다가 징검돌에서 기우뚱하는 바람에 자세를 바로잡고 숨을 고르셨겠지.
흐르는 물을 바라보시다가 그러셨을 것이다.
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이름하여 ‘逝川之嘆’인데
사람들은 교훈을 좋아하니까
{공 선생님도 늘 엄숙한 가르침을 내리신 건 아닐 텐데도}
‘不息則久’와 연결시키고
‘自强不息’이라는 해설도 달아놓았다.
공부야 늘 하는 거지만
그러니 ‘학도가’ 가사까지도 그리 만들어졌겠네만
{학도야 학도야 청년 학도야 벽상의 괘종을 들어보아라
少年易老에 學難成하니 一寸光陰도 不可輕일세
공부하는 청년들아 너의 기쁨 잊지마라
새벽달은 넘어가고 東天朝日 비쳐온다}
공부하다가 인생 다 가면 그게 뭐야?
몽치 차리는 동안 도둑 저리 가는 격.
{제 부모 있는데 내가 뭐랄 것 아니지만
질녀는 사법고시 준비 10년차...
뿐만 아니고 다 그렇더라고.
사는 거지 살기를 준비하는 건 아니잖아...}
서양철학의 시조 군에 속한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은 흐른다’고 하였다.
보태서 ‘같은 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고 했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거짓말쟁이의 역리(The Liar's Paradox)를 들먹일 건 아니고...
그 공 선생님 말씀은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그냥 그러신 것으로 넘어가면 될 것이다.
‘不舍’라...
쉬지 않고
머물 곳 없고
버릴 것 아니고, 그러니 버린 것 아니고.
“한번 가고나니 소식 없더라(一去無消息)”고 서운할 것 없네.
가고 싶어 간 것도 아니고
갔다가 돌아올 길도 없거든.
네 마음에 담았으면 남은 것이고
어쩌다 생각나면 그렇게 돌아온 것이라 여기게.
남지 못하고
잡을 수 없는 것이니
{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없거든.}
모질게 버리고 간다 여기고
잡지 않는다고 그러게.
그때 최모, 김모씨가 뭘 알고 한 말이었겠냐만
“사랑하기에...”
돌아보면 그럴 듯도 하네?
그래도 그게 어떻게 그리 되던가?
다들 오래토록 붙잡는 시늉하더라고.
아낌없이 버린다는 말은
아낌없이 사랑한다는 말이리.
너에게 멀리 있다는 말은
너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는 말이리.
산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안 보이는 날이 많은데
너는 멀리 있으면서
매일 아프도록 눈에 밟혀 보이네.
산이 물을 버리듯이 쉼 없이
그대에게 그리움으로 이른다면
이제 사랑한다는 말은 없어도 되리.
달 하나 가슴에 묻고 가는 시냇물처럼.
-이성선, ‘달 하나 묻고 떠나는 냇물’-
에이 속상해라,
사랑은 그칠 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