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1
녹작지근함을 넘어서 새근새근함에 이르렀다고
호소한다면 누가 돌보기나 하겠는가, 그런 감기
그 안개 속에서는 마음도 헤매게 된다.
나이 들어 뭘 어쩌자는 게 아니고
그다지 억울해서도 아닐 텐데
사람들 들으라고 푸념하니까
꼴이 우습게 된 거라고.
내 유정한 시절
다 가는 밤에
억만 줄기의 비가 내린다
(... ...)
피가 더운 여자는
단명이나 했어야
하는 것을
-김남조, ‘비’ (부분)-
에이, 할머니도 참...
세월은 무정하다 해도 그 세월 타는 생명은 정이 있거늘
무슨 유정한 시절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사랑 때문에 울고 또 우는 거야 그 생명 다하도록 그침 없겠네요.
2
웬 비? 할 것 없어요, 눈 아닌 비 내렸다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로 기억나겠지요.
{실은 우수가 지난 걸요.}
비가 오니까
“이 비 그치면”이라는 말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우선 비가 와야겠고
그래서 땅이 풀리면
솟고 터지고 벙글겠네요.
그러니...
비가 어때서?
고마운 비 아닌가?
3
펴지는 않았지만 우산 들고 나왔는데
그냥 흐리기만 했지
때 이른 황사로 어두웠던 거지
비 오지 않았다고 그러네?
발등에 떨어진 물방울들은 뭐였는지?
뭐 어떠랴 싶었는데
상실감에 진저리치는 건 또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