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어요

 

1 나 좀 아파

 

뜨막했지?

시뜻해졌거든.

따로 이웃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주 들리게 되는 방들

폐쇄, 비공개, 이웃공개 그런 식으로 삐쳐나가고

지음(知音)을 찾는 건 아니지만

기분 좋게 왕래할 수 있는 벗이 없더라.

그간 짝 없이도 잘 놀았지만

이젠 심심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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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야 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석계를 제출할 이유도 없지만...

나 좀 아팠어.

 

몸살에 해당하는 영어가 없다고 그러는데

그거 bodyache라고 그러면 안 되는가?

온몸이 아픈데 어디가 아프냐고 그러면 살이 아프다고 그래야 할 것 같아.

 

그래도 몸살은 지나가는 것이고

아프다가 일어날 때는 가뿐해지기도 하는데

시름시름 골골거리면 안 되는 거지.

 

이러저러해서 그간 뜨음했다는 얘기 길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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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제에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강윤후, ‘불혹(不惑)은 부록(附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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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설거나 쉬지 않은 낀세대라 딱 좋을 나이에

부록처럼 덤처럼 살게 되었다고 그러면

낼모레 경로우대증 받을 사람들은 뭐란 말이냐?

 

사랑하거나 적어도 사랑하고픈 사람이라면 나이는 어떻든지

아직 목차 속에 있지 별책부록은 아니거든.

 

찌그러진 냄비라고 고구마를 찌지 못할 것도 아니고...

맘이 그렇다는 건데

‘신로심불로(身老心不老)’를 두 자로 줄이면 ‘주책’밖에 더 되겠냐?

 

아픈 데는 늘어나고 자주 주저앉고 싶으면서도

가슴 설렘, 그리고 뒷모습 바라보는 서러움은 가시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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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눈이 내리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 대통령 취임식 날인데 노랑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었다.

“000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Nosamo”

자진해서 내렸는지 강제 철거했는지 하루 지나서 보니 없어졌다.

 

청와대 입주자는 서설(瑞雪)이라고 그런다.

첫날 눈 덮인 정원을 보며 기분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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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길더니...

그렇게 겨울나기가 힘들어질 때

캐나다 사람들은 플로리다 등 남쪽에 내려가서

올봄을 미리 만나고 오기도 하는데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snowbird라고 불렀다.

워낙 작은 땅 한국에서는 남쪽 끝까지 간다고 그리 큰 비용도 들지 않고 해서

봄이 중부지방까지 올라오기 전에 내려가 즐기는 이들도 꽤 되리라.

봄맞이로 나다닐 형편 안 되는 이들은 봄노래나 부르며 기다려야겠는데

아 눈이 내리네.

 

눈보다 못하고 비보다 험한 진눈깨비로 시작했다.

마른 겨울 다 가기 전에 적셔줄 요량이라면 까짓 거 넉넉하게 챙겨주지

해서 밤 되고 기온 내려가니까

아 눈이 내리네.

눈 내려 조용해지면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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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야 할 말들 구차해서 꺼내지 않고 헤어진 사람들

그것이 다솜인 줄 뒤늦게 알고도

썼다가 지울 것도 없이 밤은 가고

내린 데 또 내리며 쌓인 것들

아침에 볕 나면 사라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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