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춘(惜春) 2
비 내리네?
흐드러진 꼴 못 보겠다는 심사는 아니고
‘Tutti’ 악상기호에 따라 한꺼번에 벙글라는 뜻일 게다.
문자 쓰고 싶더라도 ‘雨後惜落花’는 좀 지난 후에나.
만발매화(晩發梅花) 찾자면 없겠는가
다른 꽃들 필 차례니 “간 건 간 거니까...” 그러다가
간 건 간 거로 치고?
그렇게 되지 않는지 명치에 따끔함으로 벋쳐오르는 게 있다.
직장의 창립기념일이라고 연휴가 되었는데
화란춘성(花亂春城)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좋은 때지만
봄나들이는 혼자 가는 게 아니라서...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로 시차적응훈련 중인데
불 없어도 된다고 그러다가 웅크리고 잤는지 찌뿌듯하다.
기다리긴 뭘?
지나 반도에 총알받이로 끌려간 것도 아니고
‘삼팔선 세 글자는 누가 지어서’도 아닌데
발이 없나 마음 없는 사람이 찾아오기를?
{봄비도 많이 오면 강물이 불어나는데
“물이 불어 못 오시나요”가 아니고 떠내려라도 오라는.
이 비 그치면? 아니고, 한참 더 내리라는.}
깊은 산 숨은 절
꽃나무 몇 그루 방위를 정하고 섰으니
천왕문쯤 지났는가보다.
도량에 웬 꽃이 그리 많은지
무상의 실물교훈치고는 과하지 싶고
화엄계 만다라의 아름다움? 그건 내가 모를 말.
매화 지기로서니...
宇宙百年大活計
寒梅依舊滿禪家
回頭欲問三生事
一秋維摩半落花
-韓龍雲, ‘觀落梅有感’-
슬픔 찾으러 아픔 느끼러
어딜 갈 게 아니고
비 오는 게 쌤통은 아니지만
갈 데 없는 이 죽치고 앉은 데가
선원(禪院)이구먼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