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춘(惜春) 4
해돋이가 빨라져서 붉은 해가 불끈 솟는가 싶더니 이내 밝아졌다.
노들길 곁으로 지나치는 어린 벚나무들이 연분홍 웃음으로 인사한다.
왜국 소녀의 목덜미 같구나.
1/4 크기로 줄여 가는 이사인지라 그러잖아도 비감한데
뒷동산 거니는 낙도 떨어지겠다며 들렸더니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었더라.
영변 약산은 가볼 길이 없고, 영취산이야 가면 가는 거지만 그럴 것까지 있나.
하하, 찌르찌르와 미찌르처럼 헤매지는 않았어도
그렇게 가까운 데에 군락을 이뤄 찾는 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진다 하기 진달래야, 날 기다려 그냥 질 수 없었단 말이지?
올 줄 믿었다
기다렸고...
그래도 괜찮았다
기다림조차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기다리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출근길에 여의도를 지나면서 윤중로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고개 돌려 뉜가 한번 보고나서 여기가 거기라고 그런다. {거기가 여기?}
줄잡아 나무 당 만 개가 핀다 치고, 만 그루라 치고
한꺼번에 날리면? 억!
퍼마시는 사람이 산가지까지 펴놓고 셈했겠는가...
一片花飛減却春 風飄萬點正愁人... (杜甫의 ‘曲江 一首’ 중)
에이 참...
이백이 꿀리겠는가?
對酒不覺暝 落花盈我衣 醉起步溪月 鳥還人亦稀 (李白, ‘自遣 ’)
이런 날 꿀꿀한 김삿갓이 작업을 걸었다.
莫惜今宵解汝裾 “그대여 오늘밤 옷고름 풀기를 아까워말게.”
뺨 맞았다는 얘기 없는 것 보면 마음이 맞았던 게지.
봄날은 가더라도 돌아볼 일 품었네.
꽃잎이 떠내려가는 것을 두고 일인들은 花筏(hanaikada)이라 한다.
{험한 시절에 자란 우리는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여 잘 자라”를 부르며 놀았다.}
단원은 仙人騎牛圖의 화제를 “落花流水閒啼鳴 一事無干陸地仙”이라 했다.
폼 잡을 것 없고 우리는 그저 “이 강산 낙화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