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Spring
1
날 참 좋다.
이런 날 나다닐 기운이나 기분이 나지 않는 사람은 그냥 고양이로 있으면 된다.
내게 보여주려고 핀 것도 아니고
나를 기다려 지지 않을 것도 아니고
그런 꽃들, 관계 맺지 않았던 것들도
나중에 그런 게 있었다고 기억나리라.
{시시해서 ‘그런 거’라는 게 아니고
어울린 적 없어도 의미로 남은
화석은 아니고 생명을 감춘 씨앗 같은
그러니까 적당한 환경에서는 싹틀 수도 있는
휴화산보다는 치솟을 확률이 몇 배나 높은
가능성으로 잠재한다는 뜻이다.}
2
짧은 봄
한번 입맞춤.
후회는 뭘...
꽃 가꾸는 마음과 흙 만지는 손이 만나도
지음이 아니고 이룸일 것이나
오래 걸릴 것이다.
3
없다니까! 왜 없는 것만 찾아?
Utopia가 그렇듯이
‘Blue rose’는 “그런 건 없다”라는 뜻이다.
안 되는 줄이나 알고
안 되는 거라 안 된 걸 두고 뭐라 할 사람 없으니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한다든지 해서 자기를 속이지 말게.
빨강, 노랑, 분홍, 하양, 보라, 주황, 뭐라 부를 이름도 없는 색조까지 하면 수없이 많은데
파랑장미는 없다니까
남들에게 없다는 걸 제가 먼저 가지고 싶겠네?
파란 꽃들 많은데 푸름을 꼭 장미에서 찾아야 하겠나
파랑장미는 신화로 남겨놓게.
4
그렇더라도...
“파랑새는 치르치르와 미치르 네 초롱 속에 들어있던 걸”이라는 이야기 들었다고
다녀보지도 않고 “암요.” 하지는 말게.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는 해볼 것 다해본 사람이나 할 말이거든.
{제가 무슨 솔로몬이나 된다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는 될 것 같이 여겨 했던 사람이나 할 말이거든.
없는 성배(聖杯) 찾아 헤매던 사람이 누운 자리 위에서 별이 빛날 때
그때나 “다 이루었다(Tetelestai)"할 수 있다고.
가는 데까지 가자는 얘기.
5
사랑하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을 문제
사랑하지 않으면 사라질 어려움
과중한 짐으로 그대 행복했음을!
알지 못하는 바람이 내 꽃 흔들고 간다.
하늘 한 조각 베어내어
해지고 바랜 패드 갈아 차고 나가자.
저... 그 파랑장미 말이지...
흰 장미다발에 파란 리본 둘러 보내면
세상에 없는 꽃 받은 줄 알고 기뻐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