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1
그저께 투표일 전날
승세 굳히기로 세몰이 하던 사람들
막판 뒤집기가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갈 데까지 가던 사람들
표 벼락 맞았는가?
산 자 죽은 자 다 조용한 아침이다.
선거포스터들 치우자면 한 짐 되겠다.
지는 세상이 눈이 부시네.
저 꽃사태 눈부시고말고
(... ...)
무진장 남아 있는 시간들이
하르르 하르르 거품 같은 꽃비를 맞네.
-노향림, ‘윤중로를 엿보다’-
볼 장 다 본 남자
우산 펼쳐들고 돌아가는 길
전화 벨 그치지 않기에
목련나무 밑에 장바구니 내려놓고
발신번호 확인 않고 마음을 연다.
마음이 마음을 알면
암호는 사라지고 어려울 것도 없지만
백 번 생각함이 한 번 건드림만 못해서
젖빛 속살 쓰다듬고 싶다.
잔비 보슬보슬 내리며 치근대니까
참아야 되는 줄 알고 키드득거리다가
거긴 성감대가 아니라 간질임대라고 성난 듯 소리 지르다가
죽어가면서 부끄러울 것도 없어 다 드러내고
오랜 고문 견디지 못해 휘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