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월(寒月)
아 달 참 좋다.
깨끗한 달, 찬 달, 시린 달, 맑고 밝다.
잔 구름 더러 있어 “구름에 달 가듯”까지 보여주니 얼씨구.
달 뜬 하늘 좋다 해도, 하늘 있고 달 있는 거지 달 있어 하늘 있는 게 아니지.
암튼 좋다니까 그러네.
혼자 차지할 건 아니지만...
대보름달은 더 여럿이 보게 되겠지.
좀 못해도-아니 딱히 못할 게 뭐야- 섣달 보름달은 내게 돌아올 게 더 많은.
좋은 걸 좋아하지, 별것 아닌 것, 뛰어나지 않은 걸 왜 좋아하겠어?
‘탁월(卓越)’은 좋아하고 부러워하고 다가가고 싶지만
가질 수는 없는 것, 사랑할 수도 없는 것.
사람이라도 그렇겠네, 아주 뛰어난-예쁘든지, 똑똑하든지, 재주가 많든지- 사람이라면
다들 좋아하겠지, 팬으로서 말이지.
그러나 잘난 사람 잘났다 해도, 조끄뜨레 하기엔 하영멍 당신!
사랑이 독점적 소유는 아니지만
그러니 그대만 사랑할 테니 나만 사랑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노느매기하듯이 베푸는 균일한 몫만큼만 얻으면 섭섭하겠지.
아예 아람치(囊橐)의 개념이 없어야지, 제 게 적다고 하면서는 사랑할 수 없겠네.
뱃살이 줄어든 건 좋지만 다른 부분들은 더 작아졌다, 어깨, 가슴, 허벅지 굵기도.
몇 해 전에 착용하던 정장들, 은퇴하고 걸칠 일 없어 헌옷기증상자에 집어넣기 전에 한번 입어보는데
아, 이거 어느 거인이 입던 건지 허재비에 너무 큰 천을 둘렀네?
이렇게 ‘축소지향형’ 조선 노인이 되어서야...
몸이 줄어드는 만큼 정신이 깨끗해지면 좋겠지만, 총기(聰氣)도 흐려지겠지.
{괜찮다는데 그러네.
그동안 괜찮았으면, 까먹어도 괜찮아.}
저거 봐, 여윈 그림자 길어졌잖아!
* 위 두 사진은 검색창에서 가져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