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준 건
“어서 너는 오너라”라는 얘기 아니었어?
“니미 나랄 하마 니즈시니잇가”라던 가슴 쓸어내렸는데
정작 부름은 없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던데
가보지 못하네?
성긴 별들마저 스러진 어둠인데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제 가슴이 진정되지 않은 게지.
산은 아직 붉다
참꽃 졌어도 개꽃 피니까
내 맘 여전 붉다
핀 꽃 지지 않아
벚꽃만 곱다 할 게 아니다.
많이 심어 흔히 보이는 건 아니나
살빛 드러내는 야한 한복 같은
연분홍 살구꽃은 멀리 보고 지나치지 못하겠더라.
좋은 걸 다 가질 수 없으니까
여럿 지녔다고 한꺼번에 즐길 순 없으니까
하나 고를 때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덥석 잡았다가 살짝 후회 스친 적 있어도
선택에 책임지겠다며 지그시 다문 어금니 힘 빼고
비시시 웃으면 한세상 잘 간 거다.
받아 주냐는 건 제 몫 아니니까
그대는 그냥 말하기만 하게.
“사랑 아니면 어때?”라는 이 불편하게 만들고 꾸중 듣더라도
말도 못해봤다는 후회는 없어야 하네.
복사꽃 라일락꽃도 괜찮기야 하지만
살구꽃 정말 예쁘거든
살구꽃이 제일이다 그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