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준 건

“어서 너는 오너라”라는 얘기 아니었어?

“니미 나랄 하마 니즈시니잇가”라던 가슴 쓸어내렸는데

정작 부름은 없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던데

가보지 못하네?

 

 

8041601.JPG

 

 

성긴 별들마저 스러진 어둠인데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제 가슴이 진정되지 않은 게지.

 

     산은 아직 붉다

     참꽃 졌어도 개꽃 피니까

 

     내 맘 여전 붉다

     핀 꽃 지지 않아

 

 

8041605.JPG

 

 

벚꽃만 곱다 할 게 아니다.

많이 심어 흔히 보이는 건 아니나

살빛 드러내는 야한 한복 같은

연분홍 살구꽃은 멀리 보고 지나치지 못하겠더라.

 

 

8041604.JPG

 

 

좋은 걸 다 가질 수 없으니까

여럿 지녔다고 한꺼번에 즐길 순 없으니까

하나 고를 때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덥석 잡았다가 살짝 후회 스친 적 있어도

선택에 책임지겠다며 지그시 다문 어금니 힘 빼고

비시시 웃으면 한세상 잘 간 거다.

 

받아 주냐는 건 제 몫 아니니까

그대는 그냥 말하기만 하게.

“사랑 아니면 어때?”라는 이 불편하게 만들고 꾸중 듣더라도

말도 못해봤다는 후회는 없어야 하네.

 

 

8041602.JPG

 

 

복사꽃 라일락꽃도 괜찮기야 하지만

살구꽃 정말 예쁘거든

살구꽃이 제일이다 그러게.

 

 

804160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