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어쩌란 말이냐
쑥갓아 너를 어쩌란 말이냐
퇴근길에 마트에 들렸더니 “쑥갓 두 단에 천원~”이라기에 샀다.
들고 오는데 볏단이나 진 듯 묵직하다.
밖에서는 그런 생각 들지 않았는데 좁은 부엌에 내려놓고 나니 “아휴~”다.
웃자라고 세어져서 상품가치가 떨어졌기에 “자 거저요 거저”로 안긴 것이리라.
뭘 하지? 일단 집어넣고 나중에 생각하기로.
낟알만 떨어 넣는 것도 아니고 한 단만 넣었는데 채소 칸이 다 찬다.
그러고 며칠 지났다. 여행도 다녀오고.
아니, 너 거기 있었어? 내 참, 어쩌지...
소도 동물성 사료를 먹는다는데 나라고 풀만 먹고 살 수도 없고...
시들시들, 더러 진물도 나는 것이지만 버리기가 그렇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딴 소리 할 것 없다.
먹는 거라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욕심이라도 없어야 하는데
너 그때 아무리 싸더라도 그렇지 돈이라도 번 것처럼 의기양양해서 사들고 귀환했지?}
다듬으며 펜대 굵기의 대는 사정없이 쳐버렸는데도
차이나 펀드 시세 떨어진 것보다 더 남아있는 것 같다.
늘 실패하듯이 이번에도 살짝 데친다는 게 푹 삶은 셈이지만
그렇게 해서 쑥갓나물 한 통 챙겨놨다고 치고
아직도 남은 것은?
{생선매운탕에 넣는다면 4인분 냄비 x 5번 분량도 더 된다.}
딩동~ 누구세요? 택밴데요. 웬 택배?
재래시장 좁은 골목길이 통근로인데
“응, 저건 비싼 것, 나는 살 수 없는 것, 보지 말아야지” 하며 눈 돌리던 과일이
한 상자 떡 놓인 게 아닌가.
{Thanks!}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니까... 칸을 비워야 하는데...
어떡할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버림 받았다고 투신하겠나, 발이 달리지 않았으니 네가 나갈 수는 없겠고...
그러니 내가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구나?
살며 사랑하며
갑자기 떠나는 이들이 많다.
“내일 일을 모르니까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아야 돼.” 그런다.
어떡하면 의미 있게 사는 건데?
나를 사랑해야지.
날 사랑하듯 널 사랑해야지.
사랑하지 못할 사람들이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 만나지 않으면 돼지” 할 게 아니거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사랑해야 할 것이다.
{좋아하면 덤덤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받고픈 바람은 줄이자.
다리를 건너는 건데-도중의 존재- 뭐.
다리 위에 집을 짓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