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 (雁書)
따뜻해지기도 전에 기러기들이 떠난다.
때 되면 돌아가니까 붙잡을 수 없네.
“여기가 어때서?”라며 섭섭할 것도 아니다.
{瀟湘 平沙落雁이라도 붙박이로 머물 데는 아니니까.}
간혹 떠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늙어서 먼 길 날아갈 힘이 없어서일까?
사람들이 주는 빵부스러기 같은 것들에 익숙해져서 텃새처럼 되어버린.
어제 하늘을 덮듯 날아가는 기러기 떼들을 보고
새벽에 똑딱이 챙겨 나왔다.
{서편 하늘이 붉어진 해질 무렵이든지 이른 아침에 움직이더라고.
그야 밤에 간다 해도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누가 그랬을 거 같아, “가더라도 조반이나 들고 떠나지.”}
“어제 다 간 건 아니겠지, 後發隊도 있을 테니까” 그랬는데...
응? 안 보이네.
“아 손 시려” 그러던 중에 끼룩끼룩 소리가 들린다.
너무 머네, 쩝.
Viewfinder에 검정 깨 몇 알.
Zoom 倍數를 높이니 잡을 수가 없네.
애개~ 겨우 한 놈? 하고 눌렀으나 힝, 회색 하늘 뿐.
옳거니, 대박이다! 이건 또 뭐야? 초점이 맞지 않은 UFO 편대.
그러기를 몇 번, “이게 무슨 XX 짓?” 하고 접었다.
金城의 ‘山水’나 빌려와야겠다.
한국에 몇 해 있는 동안 뭐 하고 살았는지 이제 와서 해보지 못한 것들이 수없이 떠오른다.
가창오리, 재두루미 떠나기 전에 群舞를 보자면 정초에는 가야 하는데... 그러던 중에
뭐야, 조류 독감? 철새들 겨울 나는 데들이 禁地가 되었다네? 그 참...
目送歸鴻... 하다가
그 왜 “아침 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있잖니
내 심부름해줄 착한 아이?
그런데 뭐라 쓰지?
그냥 “Tu me manques”라고만.
검색창에서 가져온 사진
다 부질없는 짓, 책이나 읽자.
경서를 읽기에는 겨울이 좋다는데(讀經宜冬 其神專也)
숙제 못했더라도 겨울 가는데 한번 벌 받고 지나가면 될 일.
시집이라도 들까? 것도 동백 그늘에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