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지만

 

물(水)요일마다 비 오는 게 이상할 것도 없고

그러니 짜증낼 일도 아니다.

농사로 치자면 보리타작하는 날 아니고는 비 좀 뿌려야 하지 않겠는가?

 

산은 소만 때가 좋다.

골짜기를 밝히는 산벚꽃이 지고 철쭉이 스러지고 송화 가루 진정된 때

밤꽃 냄새로 울렁거리기 전쯤

때죽나무 꽃 더러 남았고 뻐꾸기 울음 나른히 들리는 즈음

다 차지 않아도 그저 넉넉한-하하 그래서 소만(小滿)이구나-

초록이 지치기 전-그러니까 자신감을 상실하지 않은 낀세대 같은 푸름 말이구나-

이런 때 산에 오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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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갈 사람 찾다가는 때 놓칠 것이다.

혼자 다니며 없는 길 낼 건 아니고

흔적 남은 옛길 골라 재를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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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에 대찰 자리 잡은 거야 그렇다고 치고

떡 막아놓고 통행료 징수하는 고약함을 피하고는

오를 길 찾기도 쉽지 않더라마는

{그런 데 안 가면 되지 뭐.}

 

사방공사에 등나무도 사용되는지 얼마 전엔 야산 축대 근처에 등꽃이 지천이더라.

칡이야 워낙 넘쳐났고... 그러니 갈등(葛藤) 구조가 볼만한데

환삼덩굴마저 가세하지 않는가?

세상 그런 거지, 복잡한듯해도 나름대로 질서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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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산’(1979)

 

 

달팽이도 아니고 집 지고 다니겠는가

밤새 걸을 것도 아니지만

잠자리 찾아 내려올 때쯤 달 있으면 좋겠다.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라...

달은 가만히 있는데 구름이 가는 건지

바람 없는 밤 구름도 가만히 있는데 달이 가는 건지

달과 구름이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에 둘 다 가만히 있는 듯 보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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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이 가까워서...

가고 싶다면서 떠나지 못할 이유 찾고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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