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오동꽃 지고 작약도 무너져 내렸다.
장용림, ‘오동꽃 내리는 소리’
보랏빛 조각들 다글다글 흩어진 바닥에
초롱꽃 피어 그런대로 환하다.
어린 오동나무에 꽃조차 없으면 모양은 그저 그렇다.
(가꾸지 않은 간송미술관 뜰에서)
떠나고 더 좋은 게 올 때는
가는 것에게 슬픈 표정으로 손 흔드는 게 악어의 눈물이라고.
봄날은 간다 할 것 없네, 유월은 좋은 시절 아닌가?
처연한 소리로 정주고 가지 마 할 게 아니라니까.
아픔이야 있지만, 그거 성장통 아닌가?
{거 뭐냐, 통과의례라고도 부르는 사람도 있다대.}
가고 옴, 피고 짐은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일 아닌가?
{장마철을 아니까 휴가일정도 짜고 홍수 대비와 치수-대운하 건설 아님-도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와줘서 고맙고 가는 게 안됐지만... 눈인사하면 됐다.
자동차 후드에 비친 오동나무
긴 꿈 깨기 싫었지만
꿈이야 달아나는 것이고
같은 꿈 아니라도 또 꿀 테니까
잘 기억나지도 않는 것을 불러오려 애쓸 것 없다.
金城, ‘羅浮夢影’
스슷, 틉, 틉... 감꽃 떨어지고
앵두만한 감또개들 잡은 손 놓듯 톡톡
그보다 더 자라 도토리만하고 더러 밤톨만한 것들 떽떼굴
그렇게 떨어지는 동안 “내가 죽지 못 살아” 엎어져 울지 않고
가을에 감나무는 하늘을 가릴 만큼 짜드르 달고 있더라고.
눈물 많은 여자가 웃을 때처럼
장마 지기 전 유월 하늘은 상큼하다.
소리라면 들릴 것인데, 풀물에 배인 치마 끌고 오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