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이리 더워서야

 

삼층 슬라브 집의 삼층은 오븐이다.

오후에 복사열이 빵굽틀을 달굴 때쯤 되면 머리에서 변압기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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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이는 냉풍기 하나 달아 마? 너 하나 나 하나 아카시아 잎 따듯 왔다리갔다리

여름 갈 때까지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추위를 면할 수 있어도 추울 때는 춥게 살고

더위를 피할 수 있어도 더울 때는 더위를 견디며

내 한 몸뚱이 너무 위하지 말자고 그랬는데

자학이 아닌 다음에야 일부러 고통을 택할 것도 아니고 해서...

 

지구 온난화 방지에 지대한 공헌을 할 만큼 냉기를 풀풀 날리는 사람들이면 좋겠는데

곁에 있는 이들 하나같이 따끈해서, 다정도 병인 양해서, 에고 지끈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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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똥 싸듯 산보길 개가 제 영토 표시하듯 찍찍 뱉을 것은 아니지만

사랑한다는 말 흔하게 돌아다니면 좋겠다.

시기와 대상을 가리지 못해 망신당하기도 하지만

듣고도 진실성의 농도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확인된 부작용만 해도 만만치 않지만

“사랑해요” 라는 말 듣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면 어때서?

세상 모두 사랑 없어 냉랭함을 아느뇨?

{아, 오늘처럼 더운 날은 냉랭해도 되겠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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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랑은 배타성을 전제로 하고 성립했다.

사유재산의 독점 같은 것이어서 사랑의 위기는 침해나 계약 위반으로 다뤄졌다.

‘우선순위’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사랑이 평화와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래도 등거리외교라는 게 될 법한 얘기가 아니거든.

{달인인 척하는 애들 정말 얄밉더라. 귀싸대기 한 대 붙여주고 싶어.}

미, 일 다녀오고 나서 들린 중국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에그 그 실용주의...

{예전에는 고무줄 놀이하는 애들이 “고마우신 이대통령 우리 대통령” 그랬는데

어이하여 현금 이대통령은 웃음거리가 되었는가...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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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할 것도 아니고 빌 것도 아니고

미안해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당당한 애들? 그랬지? 때려주고 싶다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게 뭘

    그러면 그런 거지 그게 뭘

 

    저 싫다면 그만이지 내가 뭘

    좋아해도 할 수 없지 내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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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날 흔치 않은데 흐려도 덥기는 무척 덥네?

나오니 오히려 괜찮다.

재개발한다고 밀어놓은 공터의 한 반쯤은 고물상이 재활용품 쌓아두었고

딴 쪽엔 아, 접시꽃이 만발하였네. 옥잠화, 나팔꽃이 아무렇지도 않게 피었고

진공으로 남지 않을 자연? 개망초가 채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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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보니 영등포시장까지 진출했다.

두리번거리는 할아버지에게 웬 웃음이 다가오는가?

파운데이션을 떡으로 개칠한 뺑덕어멈-높은 분을 그렇게 부르면 안 되지!-이 아니고

완전 청순가련형이네?

아휴, 외면하기로.

온 김에 등산화나 사려다가 만지작만지작하다 관두고

하절기 세미정장 하나 보기로.

{가지고 나온 옷들이 다 이태리 디자이너 작품들이라 막 입기로는 좀...}

깎아야 하는데... 뭐라고 그러지?

“나, 여기까지 와서 밥 한 끼 먹고 들어가야겠는데...”

“그럼 만 원만... 장사도 안 되는 날인데...”

{하하 수지맞았다, 오천 원쯤 어떻게 안 될까 하는 궁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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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도 가볍게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렸다.

앵두 한 사발에 오천 원?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림만 그리기로. 그림의 앵두.}

순대 이천 원 어치? 우와, 세 끼는 먹겠다~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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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 조금, 포천 한 보시기, 열무 두 쪽.

그리고 잠이 들다.

 

세탁기 다 돌아갔다고 노래가 나온다.

거울 같은 강물에 숭어는 안 잡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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