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작품이라 여기지 않았으니 낙관 찍을 이유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흩어진 분신들이 아깝게 여겨진단 말이지?

은박지에 성냥개비로 금 몇 개 근 것도 획기적인 공산품 대접 받던데 그러면서

거룩한 것을 돼지에게 던진 게 후회스럽다고?

- 그럴 것 없다는 얘기.

 

하긴 ‘인위’에 값을 매겨 ‘얼마짜리 장인’으로 분류하는 게 우습기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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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手印) 찍지 않고 버린 종이들

  지금은 다 없어졌을 거라?

 

 

국민가수가 마이크 대고 불러야 노랜가?

새들이 깨어나 잡소리 섞이기 전까지 줄창 들려줬는데도

이슬 맞으며 밤새도록 떠는 동안 창문 한번 열린 적 없다는?

- 그럴 것 없다는 얘기.

 

네가 좋아한다고 그에게서 뭘 얻을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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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동 그림

 

 

불특정다수를 대고 들을 귀 있는 이는 들으라고 하는 것보다야

귀를 가까이 댄 이에게 조곤조곤 얘기하는 게 낫지.

그래도 말마다 애정이 담겨야 하고 들을 때마다 반응을 보이라 할 건 아니지.

- 그렇지 않겠냐는 얘기.

 

종자기가 없다고 줄을 끊을 건 뭐야?

줄이 없다고 금(琴)까지 버리진 말게.

내가 타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있거늘.

내가 들으면 되지 들려줄 것도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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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것도 그렇다네, 떨림막이 고장 나면 온몸으로 느낄 수 있거든.

여린 음 듣지 못하는 변도변 선생이 대작 내던 걸.

 

유선도 없는 사람에게 이통으로 들어오는 게 하루 세 통화도 안 되는데

그나마 겹칠 때도 있어 “어디랑 그리 길게...”라는 원망까지 있더라마는

아 나는 오는 소식 놓치지 않으려고 붙들고 다니거든.

가청음역이 남보다 못한지 울려도 모를 때가 있어서

가슴에 진동으로 와 닿으라고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속주머니에 넣어 다닌다네.

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 하나 달고 다니는 셈인데

“잠자는 자여 깰지어다”라는 나팔은 좀처럼 울리지 않더군.

 

떨림과 숨 가빠짐 그런 게 이제 없어.

부정맥증상이 잡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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