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 꿈

 

장자의 꿈은 장자가 꾼 꿈

나비의 꿈은 나비를 꾼 꿈, 아니면 애벌레가 빨리 나비로 되고픈 꿈

춘몽은 덧없는 인생

백일몽은 되지도 않을 공상

{대낮에 꾼다고 잘못된 게 아닌데... 눈뜨고 꾸는 꿈이 진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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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기에

꿈 깨, 꿈이 아니기를, 꿈에 불과, 꿈을 지녀야... 그러는가?

꿈은 꿈.}

 

천 원의 꿈?

천 원 주고 만든 꿈이라고 천 원짜리 아니지.

천 원으로 뭘 할 수 있는데? 라면, 그리고 두 홉들이.

 

라면을 먹어서 잠이 오는 건지

라면은 보통 고단해서 음식하기도 싫을 때 후딱 만드는 거라 먹고 나면 만사 귀찮아 눕게 되는 건지

라면 먹고서는 이 닦기도 전에 눕게 되더라고.

아주 잠깐만 쉬고 일어나자고 그랬는데 그게 그렇게 안 되어

보통은 갈증 나고 머리 아플 때까지 눈이 떠지지 않더라고.

그 동안 꿈을 꾸는데 산뜻, 깔끔, 개운... 그런 게 아니고

악몽이랄 건 없지만 개념 없고 너저분한 개꿈의 연속상영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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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엊저녁 꿈은 그게 아니었어.

깨고 나니 머리가 띵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아 좋더라, 길몽이랄 건 없어도 그림은 곱더라.

 

가까울수록 멀리 있는 것 같아 멀수록 가까워짐을 기대했는데

멀어지니까 아주 멀어지고 말았네.

다문다문 띄엄띄엄 한 걸음에 닿을 수 없는 징검돌 사이로 돌 던지려다가

다리 놓기 그만 두고 물장난한다.

 

{관객 없는 빈 장막에서 제멋에 겨워 노는 곡예사처럼 갈채 없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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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수록 에움길로 가라는 말이 격언 같아서도 아니고

숲길 혼자 걷는 재미가 솔찬해서 그렇지

들머리에서 기다리지도 않을 사람 뒷산 콩밭 가는 길에서 마주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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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는 길에...

어루만지다가 뒤로 빠지는 바람이 좋더라.

독하지 않은 풀 냄새 하늘을 채워 좋더라.

꽃이야 더 말할 것 없지, 아는 이름 별로 없어도 일일이 눈 맞췄다.

나무 성글어 공터 같은 언덕바지에 내리깔리는 노을도 곱다 했는데

한지에 번지는 먹물처럼 퍼지는 마음은 좀 그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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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꾼 꿈 화질이 그만이라 {깔삼버전이라던가}

녹화하여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더라.

{스토리는 없지만 경치는 그만이었거든.

천 원짜리 영화로는 괜찮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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