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에서 2
뭐가 다 많다.
펄에 작은 게가 많은 거야 그렇다고 치고
{돌아다니는 놈을 단 하나도 못 봤다는 사람들도 있더라.}
금계국, 기생초, 원추리, 달맞이꽃이 길 따라 노랑 띠를 이었고
농가 앞뜰에는 어숭화와 키다리노랑꽃이 ‘삐끼’처럼 서서 반기고
{좋은 말 두고 왜? ‘영접위원’이라고 하자}
밭에는 옥수수와 고구마가
뒤로는 솔잎혹파리 침해 받은 적 없는가 푸른 소나무들이 울울창창하다.
바다에는 기름이 많다고?
북쪽으로는 상흔이 뚜렷하다는데 안면도 근해만 해도 관광객 감소를 걱정하는 정도더라고.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한참 들어와야 하기에 거리에 비해서 시간은 많이 걸리는 셈이지만
하루 잘 요량이라면 괜찮은 시간 보낼 만한 데인 것 같다.
해안선 끼고 내려가면서 고운 모래와 가슴속까지 물들일 낙조를 갖춘 해수욕장이 여럿이다.
한 끼쯤은 대형 식당이 여러 개 몰려있는 섬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백사장항에서 들면 좋겠다.
석화구이, 새우구이는 철이 아닌 것 같고, 우럭, 단호박밥을 먹었는데 아주 괜찮더라.
금어기라 배들은 매여 있고 그물이나 챙기기로.
남쪽 끝 가까이에 패총박물관이 있다.
고고학적 관심에서가 아니더라도 한번 들릴 만하다.
착한 입장료에 볕을 피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정작 읊으려는 건 “아니 왜?”로 의문을 지녔다가 “흠 착한 사람!”으로 추천하게 된 얘기.
큰길-하나밖에 없다, Hwy 77-로 가다보면 ‘천상병 고택’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천상병이 안면도에서 살았다고? 일본에서 자란 마산 사람이고..,
이런 얘기.
펜션 ‘시인의 섬’(www.poetisland.co.kr)의 주인 모선생이 목순옥 여사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의정부에 있는 천상병 시인이 사시던 집-애걔...-이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사라지게 되자
알만한 이에게 부탁하여 옮겨오게 되었다는 것.
싹 떠온 것도 아니니 제대로 복원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 없으나
유물 몇 개도 갖추고 해서 분위기잡기로는 딱 그의 궁색했던 시절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옆에 천상병문학관을 따로 지었다.
값나가는 미술품들도 더러 모아두었고 피아노, 앰프 시설도 갖추어서
음악회, 낭독회, 세미나 등을 하기에 제격이다.
아, 동행하는 이가 촐랑거리다가 바닥에 방치한 함석판 두 장을 깔판인 줄 알고 밟고 다녔다.
세워두지 않은 것도 잘못이니 주인이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김점선 화가가 형편이 어려운 지인에게 처분해서 사용하라고 그려준 말 그림이었다.
얼마 후에 유명인사, 천상병을 아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개관 잔치를 하고
둘러싼 숲은 야외 시화 전시장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천수만이 보이는 언덕에 유럽풍으로 그럴 듯하게 지어놓고
족보 있는 장미와 English Sheep Dog이 지키는 정원이 아름답다.
나오는 길에 지포 저수지에서 멈췄다.
세상에~ 연꽃이 저리도 많구나.
연꽃 만발하다고 연화세계(蓮花世界)는 아니겠으나
고무신과 장삼 가지런히 대와 오를 이룬 서울광장보다는 평화롭다.
안면송이라고 따로 이름붙일 만한 별종 소나무가 우거진 자연휴양림과
안면암과 부교로 연결되는 두 섬도 들릴 만하다.
관광 안내를 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이 정도로.
할미 할아비 바위, 꽃지 해수욕장 (빌려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