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 얼마나 많은 목숨이...
{지울 수도 없는 '뉴스 엮인글'이라는 항목...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서
이게 그런 건지 잘 모르면서...}
지난 주말 ‘금강산 관광’ 중 방문자가 피격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충격, 비통, 분노 모드인 줄 안다.
그런 분위기에서 이런 말하기가 참 그런데...
가장 당황한 party는 북쪽 당국이 아니겠는지?
{‘당국’이라 해도 통수권자, 핵심권력층, 군부, 지역 책임자의 입장, 책임, 관점이 다를 것이다.}
불행하게도 절묘한 타이밍 때문에 여러 종류의 시나리오 구성이 가능하겠지만
특정세력의 도발이었든지 우발적 사고이었든지에 상관없이 최대의 피해자는 이북 동포들이다.
그날은 마침 이대통령께서 대북 중대선언을 발표하시겠다고 예고된 날이라서...
그 중대제안이라는 게 ‘북쪽’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그동안 있었던 공동선언이나 합의문을 존중하고 수행하면 되는데
이제 와서 ‘내키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동의하며 ‘어떻게 실천할는지’를 협의하자는 것이다.
‘쇠고기’ 문제에 관해서는 주권국가 사이에서 있었던 합의를 어떻게 ‘재협상’할 수 있겠냐 더니
남북 지도자 간에 있었던 합의와 협약은 국민이 지지하지 않고 인기 떨어진 구정권의 일이었기에
원인무효가 되었고, 합의사항을 존중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지금 와서 생색내듯 전면적인 대화 재개를 주창하는 게 얄미울 것이다.
한편 헌법보다 상위개념인 ‘국민정서법’을 떠받드는 여야 정치인과 언론은
무고한 국민이 피살당한 바로 그날 유감의 표현 없이 남북 화해만 언급한 대통령에게 포화를 퍼부었다.
누구라도 울분으로 주절거릴 수는 있지만
야당(opposition party)이라도 그렇지, “삼신할미도 포기한 굽신, 불신, 망신의 삼신 정부”라는 식의 비아냥은
좀 그렇지 않은가? [여당 의원은 '등신'이라고 그러기도 했다.}
미덥지 못한 지아비라도 기죽지 않도록 북돋아주듯
한숨 쉬며 기도하고 나서는 넉넉한 표정으로 격려해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초병이야 경계 수칙에 따라 사격했을 것이고
{‘음모론’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졸병이 뭘 알겠는가 명령에 따를 뿐이지}
그는 그러한 동작 하나가 인민의 굶주림을 조속 완화할 구원의 통로를 막는 ‘결과’로 나아감을
알 길이 없을 것이다.
{하기야 누구라도 그렇다. 그저 다니는 길로 다니는 거지 ‘나비효과’니 그런 것에 신경 쓰겠는가.}
그때 십여 년 전 ‘고난의 행군’ 시절에... {말하긴 그렇지만... 이젠 역사이니까}
북쪽에서 식량난으로 굶어죽는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엄살이냐를 따지는 동안 150만
어떻게 전달하지? 무슨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는 동안 100만
싣고 가는 쌀이 실수요자에게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 동안 50만
그렇게 300만 명이 아사했다.
{북에서야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때 참 어려웠다고만 그러지.}
새터민 무명 시인의 울음소리를 옮긴다.
‘우리의 밥은’
우리의 밥은
쌀밥이 아니다
나무다
나무껍질이다
우리의 밥은
산에서 자란다
바위를 헤치고 자라서
먹기엔 너무도 아프다
우리의 밥은 아프다
두꺼운 나무껍질
가난이 끓는 물에 삶아내어
꺼내선 죽도록 망치로 때리고
끓이고 또 때려도
목을 죄는 밧줄 같아
섞지 않으면 안 되는 양잿물
그래야만 반죽되는 나무껍질
그것도 밥이라고
그릇에 담기라고
우리는 나무를 빚는다
한숨 속에 밥을 빚는다
오 그러면
그 몇 덩이
우리의 눈물덩인가
볼수록 꽉 메는 목구멍
그 몇 덩이도 없어
그런 밥도 없어
먹고사는 전 세계 목숨들이여
이 나라엔 산이 모두 벗겨지고도
그러고도 나무가 모자라
수백만이 굶어죽었다
‘우리의 삶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먼저 흔들어본다
숨소리 가냘픈 동생을
옆집 철이처럼
영원히 잠든 것만 같아서
어머니가 늦어지면
바람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가슴조이며
온밤 뜬눈으로 날을 샌다
우물 집 아줌마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것만 같아서
우리의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어서
지금은 형편이 어떠냐 하면...
그냥 많이 어렵다고만 할 수밖에 없다.
{측은함을 유발하기 위하여 참상을 담은 사진과 통계를 제시하지는 않겠고.}
{일단 지금이 가장 어렵고, 그렇게 한 달을 버티면 좀 나아질까...
가장 어려운 시기는 오는 겨울로 예측. 이 정도로 해두자.}
2,200만 인구 x 곡물 400 g이 좀 넘는 정도 = 하루에 만 톤이 필요하다. {쉽게 계산하자면}
땅심이라고는 도무지 없는 땅에서 한 해 예측 수확량이 100~120만 톤 정도이다.
비료 한 톤으로 식량을 세 톤 정도 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준다고 그러다가 제 때 보내지 않은 비료, 그 장난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감이 올까?
‘대북 협력’에 직접 종사하는 실무자들에게는 병을 얻어 쉬거나 자리를 옮기는 일이 잦다.
곱지 않은 시선, 자존심 상하지 않게 도우려는 배려, 도리 없이 오그라드는 긴장감,
모금에 의존하니 적시에 필요한 만큼 공급하지 못하는 죄책, 하늘 향해 주먹질하고픈 슬픔,
그런 안팎 스트레스로 시달린다.
당장 오늘 옥수수 600 톤을 사서 보내려고 중국으로 떠나는 직원이 있는데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600 톤 x 400 불이면 2억4천만 원이 필요한데 많이 모자란다.
몇 시간 사이에 ‘기적’이 일어날까?
중국에서는 대북 쿼터-무상 원조가 아니고 돈 주고 사는-로 일년에 곡물 10만 톤이 상한이기에
더 필요한 분량은 옥수수 60%, 콩 20%, 기타 20%를 분쇄하여 ‘사료’로 반출할 수 있다.
쓰다 남는 것으로 돕자면 무슨 남는 게 있어 도울 수 있겠는가?
나도 먹을 것, 쓸 것 줄여가며 모은다.
그게 정말 얼마 되지 않기에 미국에 남은 이산가족에게 보내는 한 달 치를 떼어냈다.
내 얘기 하자는 게 아니고 당신도 동포의 목숨을 살리는 일에 동참할 수 있음을 알리려는 것이다.
한 잔 하고 싶으면 막걸리, 소주 하시라.
천상병 시인은 하루 막걸리 한 되면 ‘Almost heaven’이라 했다.
외식할 때마다 멋진 레스토랑 찾지 마시고 왕년의 추억을 되새길 허름한 데도 다니시라.
만 원이면...
더 자세한 얘기 할 수 없어 이만...
무고한 박왕자 님의 죽음에 뭐라 할 말 없고 어디다 대고 분노해야 할지...
가족들께 하늘의 위로가 임하기를 빕니다.
그리고... 다른 무고한 생명들이 그 일로 인한 정치 역학적 변수로 수없이 죽어가고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