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
콩국 ‘처음처럼’과 ‘이동-’의 중간크기쯤 되는 병으로 이천 원 받더라.
국수 삶아서 두 번에 나누어 먹었는데도 좀 남았거든.
아침에 차려먹기는 그렇고 해서 “어쩐다?” 그러다가 남겨둔 게 생각나기에
찬밥에 탈탈 털어 부으며 “알짜는 가라앉아 있었구나” 그랬는데
한 술 들다보니 응? 쉰내 나는 거 있지...
망설일 것도 없고 씻어 조리에 건졌다.
늘 그랬던 것도 아니고
갑자기 치사, 인색, 쪼짠, 째째... 사람 아주 버린 것도 아니고
‘밥알’
멀건 죽물에
쌀알이 얼마나 섞인다고
어머니는 매끼마다
쌀 다섯 알씩 건져내셨네
알알이 모아지고
한 줌이 됐을 때
어머니는 밥을 지으셨네
나에게 생일 밥 차려주셨네
한 그릇 더운 밥
목메어 세어보니
어머니가 그동안 못 드셨던
450 개 밥알이었네
{450알이면 초밥 두 덩어리도 안 되네?}
그건 북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절약 캠페인용이었는데
지금은 낟알조차 구경하지 못한다니까...
잘 산지 얼마나 됐다고...
못 살겠다 갈아보자? 배고파 못 살겠다는 얘기였어.
{그때 여당은 “갈아보면 더 못 산다” 그랬다. 한 4년 더 해먹었지.}
그러고도 이십 년쯤 지났는가 김지하가 또 그러더라.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갈라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온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밥맛 안 나게 스리?
과일과 고기 들면 되겠네.
날 좋아하는-그랬나? 착각일수도- 사람들조차 밥 얘기 나오면 싫어한다.
편안치 못하게 하는 사람은 멀리 하게 될 것이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박멸해야지.
그래서 참지 못하고 전자모기향-점심값 두 배-과 바퀴벌레 약-것도 이인분 값-을 샀다.
모기향은 잘 듣질 않네?
긁적긁적 뒤척이다 깨보니 아편쟁이 바늘자국처럼 사방에 피멍이다.
소크라테스의 죄목은 {기소장에 그렇게 쓰지는 않았지만} 편안한 사람들을 성가시게 굶이었다.
그는 아테네 시민들을 찌르는 등에이었다. {그렇다고 피 빨아먹은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뭐 그럴 게 없는데...
좋은 사람들과 노래나 지으며 살면 되는데.
김삿갓이 노래라고 지은 것에 이런 것도 있었다.
四脚松盤粥一器 天光雲影共排徊 主人莫道無顔色 吾愛靑山倒水來
신중현이 ‘죽 한 그릇’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음원을 찾을 길 없다.
네다리 소나무상에 죽이 한 그릇인데
하늘빛과 구름그림자가 함께 떠돌고 있구나
그러나 주인이시여 부끄럽다고 하지 마오
나는 본래 물에 푸른 산이 드리워져있는 것을 사랑한다오
가사니까 깔끔하게 옮겨졌느니 그런 얘기 할 것 없지만...
같이 떠도는 건 들여다보는 김삿갓 몰골이기도 했으리라.
한강 건너가는데, 하늘이 흐리니 물빛도 흐리다.
멀건 죽에 구름그림자가 푸르지 않구나.
가외수입이 필요해서 알아보는데... 가르치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
뭘 가르칠 수 있냐고?
라면 부스러기와 수프 가루를 하나도 흘리지 않는, 우유팩 곱게 열기..., 뭐 그런 것들.
그게 고난도 기술인데 전수하겠다는 사람들이 없네?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봉분처럼 고봉에 안다미로 담은 밥
그대랑 같이 퍼먹고 싶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