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란
백화점 맨 밑층 식품 파는 데에서 기웃거린 적이 있다.
어쩌면 저런 게 다 들어와 있구나... 촌놈은 끝없이 감탄한다.
계란 파는 곳, 별 데 아닌데, 응? 종류도 여러 가지네.
상황버섯, 오메가-3 먹여 키운 닭이 난 알도 있고...
유정란? 별나게 비싸네... 하며 지나치려다가
가만 있자... 그럼 저 칸에 있는 것들 말고는 다 무정란이란 말이지?
‘유정란’이란 말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고
워드프로세서로 치고 나면 빨간 줄을 그어 “그런 말 없음”이라고 알려준다.
사람이면 사람이지 ‘사람다운사람’이 따로 있겠는가, 사람답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알이면 다 수정해서 낳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어 잘못된 것, 별난 것을 부른다고 ‘무정란’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민눈알이니 홀알이니 하는.
‘알’이란 생명인데, 생명이 생명을 낳는 것인데
날 때부터 죽어 나온 것, 자랄 수 없는 것, 단산의 불임수술이라도 받은 것
그런 걸 먹고 살았구나.
{돈 더 내면 유정란 먹을 수 있겠지만.}
아, 고향 분원에서 방금 낳은 따끈한 알 꺼내다가
수전증으로 덜덜 떨며 양쪽에 젓가락으로 구멍 내고 “어여 먹어” 하시던 할머니 생각난다.
만들어준 짚둥우리 아니라 나뭇광 가시나무에다 내지르고 꼬꼬댁거리는 놈은 잡아먹자고 그랬지.
그리고...
Dallas, Texas에 있는 Storybook Ranch 지키는 김권사님은 한 바구니 모이면 들고 오셨다.
내가 그만 한국에서 어영부영 몇 해 지나게 되니 기다리시다가 최근에 장원을 처분하셨다.
몇 해 아니었어도 좋은 그림 여러 장 담은 이야기책 만든 날들이었다.
有情/ 無情이라는 말이 우습구나.
내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이는 아무래도 무정인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