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너구리 한 마리 잡고 나니 졸음이 쏟아져서

‘잠깐만’ 눈 붙인다는 게 뇨의로 깨고 나니, 아휴~

불 켜고 moon dance, 바퀴 소탕에 두 손 두 발 투입되다.

{다시 누우려면 발 씻어야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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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도 없고

이 나이에야 뇌의 주름을 펴야 하니까... 그러다가

기다리며 적어뒀던 시 몇 줄 옮긴다.

{시가 시시해지지 않으려면 돈 내고 사야 하는데...}

 

 

    아무도 없는 빈 들판에 나는 이르렀네

    귀 떨어진 밥 그릇 하나 들고

    빛을 걸식하였네

    풀치를 말리듯 내 옷을 말렸네

    알몸으로 누워 있으면

    매미 허물 같은 한나절이 열 달 같았네

    뱃속의 아가처럼 귀도 눈도 새로이 열렸네

    함께 오마 하는 당신에겐 저 들판을 빌려주리

 

     -문태준, ‘극빈(極貧) 3 - 저 들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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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곳이 끊겼어도

    길은 길이어서

    나무는 비켜서고

    바위는 물러앉고

    굴러 내린 돌은 그러나

    길이 버리지 못하고

    들고 있다

 

     -오규원, ‘산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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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듣고 창문을 열다.

무슨 설움으로 저리도 주룩주룩 내리는가?

 

암향소영(暗香疎影)이라.

보이지 않는데 잡히겠는가? 그래도 가까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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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 ‘More’s - 다 그런 거지

그렇지 뭐

할 수 없지 뭐

기다려보는 거지 뭐

그때 가서 다시 해보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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