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슬아씨 2 - 아침에 마포대교 건너며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국가 가사로는 좀 그렇지만...
발음도 ‘공왈’이니 ‘공알’이니로 하면서 ‘공활(空豁)’의 뜻을 몇이나 알랴마는...
한강다리 건너면서 삼각산 쪽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애국가 봉창하고 싶더라.
{奉唱이라... 그것도 아휴~}
淸明한 靑冥, 蒼穹, 碧空... 그런 말 쓰지 말자고 그러다가
앗, 물도 봐야지~ 고개 숙인다.
물비늘 반짝임이 금메달 따지 못한 내게 환호하는 착한 사람들 웃음 같네?
반짝이기에 곱고, 흐르기에 반짝이는데-햇빛과 바람이라는 조건과 더불어-
{반짝인다고 다 곱지도 않고 흐르는 것이 다 반짝이지는 않지만}
그대 반짝이는 눈 보며 반짝이는 내 마음 사이에 흐름이 있고
그러면 다 고운 세상이어라.
{이럴 때는 입 벌리고 싶어도 “All that glitters is not gold”라고 그러는 게 아녀요.}
차 좀 세워달라고 소리치면 “웬 미친...” 그럴 거라?
{투신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
그 옛적에 인도교, 광나루 다리, 양수리 다리 걸어 건너던 느낌과는 다를 것이다.
{환경도 달라졌지만 소년에서 노년이 된 걸 자꾸 잊으면 어떡하란 말인가.}
낡은 몸 늙은 마음? 아닌데...
아직 속불은 벌겋다고 그러고 싶다.
정신의 우듬지에서 새 가지 돋아내는데...
{날개짓 없이 중력을 비웃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몸이 따라주는 건 아니니까.}
마음이야 뭐...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 ...)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문태준, ‘빈 집의 약속’ (부분)-
하늘, 물, 바람 늘 편안한 건 아니지만
그럴 때는 그러려니 하면 되고 지금 걱정할 건 아니고
이대로 좋으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