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슬아씨 3 이제 그만 가셔요
갈 사람 곱게 비워주지 않으니
올 사람 제 있을 자리가 아닌가 싶어 들어오지 못하는구나.
뭘 쥐어주어서라도 빨리 보냈으면 좋겠다.
여름은 혹독했다.
더웠다고 그러면 제게만 그랬나 하겠지만
그게 다 사는 형편이 다르니까...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가 어떤지는 모를 거라.
시원한 바람으로 다가오는 사랑도 없었다.
없이도 사는지 여하튼 살아남았다.
사랑은 품위를 위한 선택사양이지 생존의 필수조건은 아닌 모양이네?
그래도 이렇게 살 건 아니니까
{착한 사랑 쉽게 만나고 자주 찾아오면 좋겠다.}
여름님 이제 그만 가셔요.
때 되면 또 오실 거잖아요? 그때 맞으면 되잖아요?
가슬아씨 들인다고 뭐가 잘못됐나요?
잘 자지 못했는가보다. 온몸이 찌뿌듯하다.
창원에 갈 일이 있어 우포늪까지 들리려고 했는데 석연찮은 이유로 출장이 취소됐다.
나갈 일 없고 올 사람 없으니 빨거나 벌초하지 않고 하루 지날까 했는데
저 그 하악하악 아저씨도 아니고 내가 못 견디겠는 걸 어쩌겠는가.
빈둥빈둥하면 피둥피둥할 텐데 어째 살뚱말뚱이다.
늦더위에 나도 바닥 드러낸 저수지에서 하악하악거리는 물고기 꼴인데
모처럼 울린 전화, 아우가 ‘가족들’ 저녁 같이 들잔다.
공관에 처음 들린다.
별 말 나누지 않았고 잔디밭에서 고기 구워 먹고 나온 셈인데
그렇게 마음 써준 게 고마워 편안해졌다.
아들 며느리 여름휴가로 나왔다가 내일 미국으로 돌아가니 먹여 보내자는 자리에 꼽사리가 된 셈이지만
덕분에 큰아버지 소리도 들어보았다.
아 팔월 말일이네.
August는 본래 여섯째 달(sextilis)이었는데 나중에 정월과 이월이 앞으로 올라가고
Augustus 황제를 기리기 위해서 달 이름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9, 10, 11, 12월을 가리키는 서양 말들은 둘을 뺀 숫자를 가리키는(예: Sept-는 7) 말들이다.}
August Rush? ‘Rush out’이기도 하니까 그만 썰물 빠지듯 하시라니까...
그러면 9월, 입추나 처서가 있었지만, 쉽게 말하자면 9월부터 가을이라 하면 되겠다.
9월에는 미국 가서 짐 좀 들고 올까 한다.
혼자 나와 지낸 삼 년을 보태더라도 한국에서 산 햇수보다는 외국에서 보낸 햇수가 많은데
‘정리’랄 건 없고 일단 아내와 함께 들어와 몇 년 지낼까 한다.
여러 해 동안 뿌린 게 있고 지은 게 있는데
나 몰라라 버려두고 나오기가 참 그렇다.
떠나는 사람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보내는 사람은 “이제 그만 가셔요” 그러더라.
섭섭함을 그렇게 말하는 것이리라.
아침 산보, 한나절 도서관으로 이용하던 곳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