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슬아씨 6 상실의 시대? 아니고

 

가을은 가슬에서 시옷이 탈락된 말.

아직도 가을걷이(秋收)를 가리켜 ‘가실하다’라는 말을 쓰는 데가 있다.

‘갓’은 끊는다(切)는 뜻. 이삭을 베거나 열매를 끊어 거두는 계절이 가을이다.

좋은 철이네.

 

열음(여름)이 없으면 어찌 거둠(가슬, 가을)이 있겠는가.

그러니 여름 견뎌야 가을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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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또 어떻다고 슬퍼하는가?

잎들이 떨어져 헐벗게 된다만

그거야 그렇게 하는 게 사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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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는 한 문장이 끝났음을 표시하는 것이지 글쓰기를 접는 게 아니니까.

쉼표보다 더 오래 쉬라는 것.

{매듭이 있어야 나아가니까.}

 

그리고 왜 예전에는 영화 마친다고 ‘The End’, ‘Fin’, ‘終’ 같은 표지를 넣던데

요즘엔 못 봤네?

{줄줄이 등장인물과 촬영보조 이름 흘러나올 때에 먼저 나와서 못 본 건가?}

 

 

그러니까 얘기는... 뭘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가을에 특별히 허무하거나 슬플 이유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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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 상실이겠네.

{이별도 있지만 그건 상실의 한 예일 것이고.}

 

사랑하고 잃은 것이 사랑하지 않음만 낫다! 그게 뭐 명언 백선에 들어갈 말도 아니고

지극히 사랑하며 “사랑은 영원하여라” 그러겠지만

숨겨진 바람이 있거든.

사랑하기 때문에 잃기를 원하거든.

꽃이 져서 열매 맺으면 한 사이클을 완주한 것이고

그 열매가 떨어져 싹이 트면서 또 다른 주기의 삶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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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었다? 아니고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은 능동적으로 상실을 택하고

사랑하지 않는 이들은 상실을 두려워하며 상실로 끌려간다.

 

상실을 피해갈 수는 없고

상실을 통해서 상실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는 것이다.

 

삶은 사랑이지만

삶은 또 상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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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먹으며 한 살 더 먹음을 자축하고

그만큼 늙음을 받아들이듯

잃음을 받아들일 것이지 어쩌겠는가?

 

그렇게 잃고 그만큼 여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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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기야 하지만 허무할 것은 없다.

 

가을은 급격한 변화가 두드러지는 계절이지만

유별난 상실의 시대? 아니라는 얘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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