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슬아씨 10 텍사스에서 1
당신!
‘한 번에 한 사람’씩(one at a time)이든지
에이 그러면 안 되지, 일생에 꼭 하나(one and the only one in one's life)이든지
당신! 그렇게 예쁜 말 듣고도 감동이 없는 사람이라면 헛다리짚은 게지.
그거야 그 사람 잘못 아니네, 제 욕심에 속아 제가 애태운 거니까.
불특정다수에게 “나 이런 사람이외다”를 알리고 싶은 블로그 거리에
무슨 ‘당신’이 있겠냐만
투명인간으로 내 방에 드나들다 못해 동거하는 이가 있을 것 같고
{왜 있잖아,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 하나이...” 흥! 중증이야, 꿈 깨.}
맘에 있다고 대놓고 부를 수 없는 사이라서 그렇지
{아 정신 차리라니까 이 사람이 정말...}
당신? 있다고 치자.
그래야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라는 ‘가을편지’를 쓰잖니?
뭐 얘기니까... 그게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같은 얘기일 건 없으니까.
배둘레햄이 늘어나고
{그냥... “여기 와서 머무는 동안 이렇게 지냅니다.” 라는 얘기예요.}
열흘 동안 묵은 Victoria House, Storybook Ranch
여름을 지키겠다는 듯이 장미가 아직 피어있지만 오동잎은 변하고...
화장실에까지 장미를... 그렇게 대접해주셨다.
한 주일에 3파운드가 늘고 혁대가 짧아졌다.
먹이는 것 말고는 대접할 길이 없는가?
고난의 행군이 지난 다음이라 먹는 대로 살이 되어버린다.
딱히 보고 싶은 사람 아니었더라도, 곱게 떠나보내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한번 보자는 데야 피할 수 없어 할 일 다 하지 못하고 만나고
만나면 먹어야 하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내버려두었던 이삿짐은 언제 싸는가? 핑계 김에 또 한 번 와야 될지...}
잘 생긴 염소 한 마리가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고 나의 죄송함이 줄어들지.
조만간 장원이 넘어가면 어차피 처분할 것들이다.
기르던 염소, 닭, Shepherd dog 다 어떡할는지...
염소고기만 먹은 건 아니고
Meat가 아닌 beef-30개월 이내 소를 잡은 고기- steak, 한참 안 먹다가 드니 아주 괜찮다.
갈냉-갈비+냉면-, 순대, 순두부, 삼계탕, 청국장, 스시...
한국이 원조일 텐데 여기 와서 먹으니 더 맛있구먼.
한국 배와 포도, 여기가 훨씬 싸네?
이러고 나면 ‘고난의 행군’에 다시 돌입하기는 틀린 거지.
‘기아 체험’으로 끝나고 ‘더불어 살기’는 못하고 마는 거지.
서울 지하철에서 내게 자리 내주는 착한 청년 없더라.
여기 맥도날드에서는 노인 대접한다고 커피 한 잔에 25전(+판매세 2전) 받네?
고마운 건지 서글픈 건지...
에고, 아침부터... 남쪽이라 멕시코 음식이 생활화되어 있다.
달
추석에는 벌판에서 큰 달 보았다.
어디서 보더라도 달은 같은 달이라고? 아니고,
관측자와 관측점에 따라 다른 달이거든.
그러니 거기 있는 달 하나만 아니고 억만 달이 존재하는 거지.
이제는 근처에 집들이 들어섰으나 내 성량에 불평할 이웃들은 없겠어서
“마음 없는 달을 보고 말 전해 무엇 하랴”를 목청껏 불러제꼈다.
‘마음 없는’ 달?
달 보고 ‘당신’이라 한다고 탈날 일 없겠네?
사람 가려 비추지 않으니 달에게는 누구나 ‘당신’이겠네?
{달의 마음을 모르는 거지.
달이 건네는 말을 못 알아듣는 게지.
내게 말할 때는 ‘당신’에게 하는 말인데
“남들에게도 그러겠지?”라는 심통으로 제 귀를 막은 거지.}
한 주일 지나니 반쪽을 지키기도 힘겨워 보인다.
기운 달이 위로하는 빈 벌판에 서서
사랑은 기울지 않는다고 항변하다가
거둔 다음이라 그렇지 처음부터 황량하지는 않았다고 우기다가
하마터면...
가을은...
피 흘리지 않고 그만 둘 수는 없는 거니까
시작하지 않은 걸로 치자는 충고를 듣고
{그게 사랑은 결투처럼 만나서 누구든 망가지게 되는 거니까...
차라리 대결하지 말자는 게 말이 되긴 하지.}
아예 시작하지도 않은 건가 억울한 생각도 든다마는
본전 아까워 더 잃어버리는 초짜 투자가처럼 되면 안 되지, 하모.
가을은 자칫하면 서운해지는 날
걸핏하면 봉당 오르는 디딤돌에 내린 이슬 같은 게 제 눈에도 맺히는 철인데
그런 느낌이라도 차오르는 게 감사할 일 아닌가?
슬픔 같은 기쁨인지 기쁨 같은 슬픔인지
건강한 사람에게 베푸신 축복 아닌가?
{뭐 원망할 게 있는가?
사랑하자, 욕심 없이.
뭐 바랄 게 있는가?
그가 잘 지내는 것 말고는.}
지구는 둥글고
여기는 밤, 그럼 서울은 낮이겠네?
남반부 사람들은 봄을 기다리는 철이리라.
제 있는 자리가 어딘가에 따라 그런 거구나.
다가가고 싶은 마음만큼 오지 말라는 몸짓 커짐도 그런 건지?
두 존재는 다른 공간에서 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