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슬아씨 11 텍사스에서 2

 

구름

 

구름은 멋진 모습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제가 저를 만들었는가?  물방울이 더하여지고 그러며 빚어진 것이다.

갈 길을 정해서 가는가?  바람이 모는 대로 밀려간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고 한번 ‘수동적이기’를 택했던 것이다.

잘나도 못나도 제 탓 아니고 길 잘못 들어섰다고 속상할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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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이란 표현이 공식처럼 되었지만

그게 그렇게 맑은 날도 있으니 좋다는 얘기지

구름이 아주 없으면 어떡하게?

 

하늘에 뭐가 걸려 있지 않으면 그게 하늘인지 어떻게 알아?

흰 구름 몇 점 걸려있기에 하늘이 푸른 줄 알고

푸른 하늘이 더욱 푸르고 아름다워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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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천태만상으로 변하며 지워지기도 하는데

뭐 특별히 더 곱다 할 것도 없고 모든 구름은 그저 구름이다.

완벽한 구름?  가장 아름다운 구름?  그런 거 없어.

해서 얘긴데 우리도 시시각각 형편에 따라 변화하는 거지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무나 아름답구나!” 그런 때 따로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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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캔버스를 찢어버리거나 도공이 그만하면 괜찮은 그릇을 깨뜨리는 건 그렇다고 치고

우리는 “내 모습 이대로 드리오니 받으소서.” 그러며 살면 된다.

최상, 최고, 최선을 고집하는 동안 아까운 세월 다 가버리고 말지.

몽치 차리는 동안 도둑 도망간다잖아.

언제 숨 멈출지 모르니 지금 부르는 노래가 swan song이라고.

 

돈 될 궁리한다면 열매가 크고 고와야 할 테니

전지하고 꽃을 훑고 적과하여 몇 개만 남기지만

우리 농사야 시원찮은 것도 다 쓸어 모으며

못생긴 것도 버리지 말고 맛있게 먹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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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어서 볼 수 있지만 빛을 바로 보기는 어렵다고.

그러니 구름이 좀 가려주기도 하고

빛살이 구름을 뚫었는지 이미 뚫린 구멍으로 흘러내리는지

경외하며 바라보게 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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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가꿀 줄 모르는 사람이 꽃씨는 정말 많이 가지고 있었다.

나쁜 사람이야. 씨앗을 모으기만 하는 사람.

{옛적에 파란 눈의 촌놈 테렌스 스탬프가 나왔던 ‘Collector’라는 영화 있었지?

잡아 가두는, 저만 봐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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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몇 개는 나 때문에 온 동네에 퍼져나갔다.

노랑(orange) 코스모스, 덩굴성 백일홍(profusion zinnia), 수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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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꽃밭에 심었던 꽃들 얘기는 조금씩 흘리려고 해.

“Long, long ago” 라는 노래 부르며 옛날 얘기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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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지고서야 그 아름다움을 알도다?

장미 뿐 아니고 다 그렇더라고.

사람을 두고도 “구관이 명관”이니 하며.

지금이 좋은 거야, 현재가 가장 아름답다고.

꽃 진 다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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