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슬아씨 15 단양에서
한국에 돌아와서 가을나들이 한번 못하다가
단양 가서 하룻밤 자긴 했지만 대절버스로 움직인 데다
할 일 없는 사람 자리를 깊은 곳에 마련한 바람에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새벽에 나와 택시 타고 돌아다녔으나 안개 걷히지 않은 강만 보았다.
쉬는 시간에 산보길 속보로 돌다보니 땀에 젖어 우습지도 않은 꼴이 되었고.
잘 보이지 않지만 뭔가 있기는 있다.
{초벌 데생, 무엇이긴 한데 형체가 분명치 않고
사람인 건 맞지만 누구라 할 수 없는
구상 이전이지 추상은 아닌.}
저 섬을 두고도 The Lake Isle Of Innisfree 같은 시를 남겼는지?
섬은 이편을 바라보며 섬이라고 절망할까?
수면 아래로 격렬함이 있는지 모르지만
강은 침묵한 채 천천히 흐른다.
사랑 근처까지 갔다가 놓쳐버린
어어~ 하다가 지나쳐버린
잡은 적 없으니 분실물센터 가서 찾을 수 없는 것
실은 다시 본다 해도 알아볼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데
이 아깝다는 생각은 무엇인지
괜한 한숨이다.
가는 흐느낌, 여린 떨림 말고는 할 줄 모르고 보여줄 게 없는 들꽃
글썽였고 그래서 반짝였던 작은 구슬들 힘들게 안고 있었는데
언제고 그렇게 붙잡고 있는 게 아니더라고.
고이 보내주는 건지 깨끗이 떠나는 건지
생채기 하나 남기지 않던 걸.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아도 되고
견딜 만한 가치 있는 것.
삶이란 그렇다고 생각해.
이름값 하노라 별나게 아름다워야 할 것도 아니고
시드니 더 누추하다고 그럴 것도 없다.
장미는 장미.
그래, 가을은 참 그래.
일찍 온 것도 아니고 늦게 갈 것도 아니고
오면 가을인데
가을에는 좀 그래.
소주병 마개, 꽁초, 라면 부스러기, 사마귀,
그렇게 모이기도 쉽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