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에서
자화자찬 music box에서는 “아날로그 화법으로 IT 시대의 감성을 어루만졌다”라는 가락이 흘러나왔는데
아날로그적 감성조차 표현에 담기기 싫을 때도 있거든.
그럼 영혼이 없는 거냐고?
{그 무슨 공무원 사회를 두고 하는 말은 아냐.}
{가을에 시작하는 것도 있다.}
다녀왔으니 사진 몇 장 올리려는데... 할 말이 별로 없네?
나름 그리움이 해결되었다는 뜻?
해결이라... 소멸? 충족? 의미 없음?
할 말이 없어서도 아니고
할 맘이 없어서도 아니고
할 사람이 없어서도 아닌데
말없이 지나간 날들에
그냥 묻혔던 말들 되찾는다고 해도
이젠 곱지 않으리라?
그땐 토하면 핏빛 동백 같았으련만
산화한 혈흔은 그저 지저분한 얼룩이니까.
홍도는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규암질의 바위가 적갈색-녹색(rusty) 말야-을 띠고
석양을 받으면 섬 전체가 붉게 빛난다고 해서 紅島라고 그랬다더라.
{흑산도는 돌이 검고 숯더미 같다고 해서 黑山島.
육지에 가고파 ‘검게 탄 흑산도 아가씨’는 없다고.}
사람 사는 데니까 우체국,
{주소를 몰라도 연애가 가능한 세상이니까
통영우체국 빨강 편지통 같은 걸 봐도 가슴이 뛰지 않더라.}
보건소, 초등학교 같은 공공기관, 식당, 술집, 노래방 같은 접객업소,
{전도는 잘 안되겠지만} 예배당, 천주교 공소도 있다.
{시든 금잔화, 어쩌자고 지금 피어난 장미 한 송이
그렇게 오고가는 것들 사이에 붙박이로 계신 성모님 추우시겠다.}
{생명은 내어주고 나누어가지는 것.
새까맣게 달라붙었던 것들이 대부분 떠나고도 정신없이 빠는 놈들이 남았다.}
첨에 그랬지, 사진이나 올릴게요.
말이 당기지 않는 날이네.
{거봐, 기분 나는 날에는 “땡긴다”고 즐겁게 문법 위반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