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고창 국화 축제에 다녀와서
환경보전, 애국... 그런 게 아니고 능력이 안 되니까 한국 돌아와서 제 차 굴리지 못하는데
그러자니 어디 가자면 기존 ‘노선’이 닿는 데까지가 행동반경이라서
결국 사람들 갈만한 데나 묻혀 다니게 되더라고.
내장산? 좋다고 그래도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까
그만해도 덜한 데 찾자는 게 백양사였고
고창 국화 축제까지 함께 묶인 패키지라서 당일치기로는 그만하면 됐다 싶었거든.
조선백성 목소리 큰 것과 전화벨 사방에서 수시로 터지는 거야 어쩌겠나
그걸 참을만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한 무리가 되어 관광버스 타는 것도 괜찮겠더라고.
{아, 냄새~ 때문에 편두통 약을 먹어야 했지만, 그거야 내가 별종이니 할 말 없네.}
재원 확보에 눈이 벌갠 지자체마다 별별 ‘테마’들을 기발 상품으로 내놓으니까
‘고창→미당→국화 옆에서→국화 축제’의 연상으로 나온 것이야 뭐랄 것 없다.
30만평에 300억 송이의 국화를!
{촛불시위 참가자 수 추산에 주최 측과 경찰이 6배 정도 차이나던데 무슨 수로 헤아리겠어?
300억? 그렇다고 치자.}
그게 ‘양’으로 압도케 하는, 좍 깔아놓으면 최대한 구경꾼들을 불러들이겠다는 계산이리라.
그래, 엄청 많더라.
향기? 다른 꽃이라도 그만큼 모이면 대단할 텐데 국화이니 오죽 하랴
가히 그 많은 사람 냄새를 지우겠더라고.
그게... 끝물이고 문 닫을 때 되어가니 훼방 놓는 건 아니겠지, 한마디 해도 될런가?
“첫눈에 이건 아냐...(도리도리)” 그렇게 말할 수야 있겠나...
감동이 없는 거야.
물량공세로 미인의 마음을 얻지 못한 쪼다 부호 같은... 그게 뭐야?
무슨 ‘경진대회’인가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따로 입장료 받는 천막 안에 진열했더라마는
수준은 촌스러우나 싱그럽지 않은 정도.
그나마 대륜(大輪)은 가린 데로 들어가야 볼 수 있었다.
{군민 힘 모아 이룬 큰잔치인데 괜히... 성내지 마셔요. 내년 계획에 참고하시라는 뜻.
또, ‘전라도 음식’인데 그래서야 되겠어요? 아무리 뜨내기손님 받는 간이식당이라도 그렇지.}
‘감동’이란 말을 썼기에 덧붙이는 얘긴데...
‘저 많은 국화꽃들 피우기 위해’가 아니고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였잖아?
그 하나! 하나에게 모든 게 공들이고 하나 때문에 모든 게 어울려 움직이고
여럿을 주고라도 얻을 수 없는, 아니지, 온 천하와 바꿀 수 없는 하나.
국화만은 아니리라. 잘난 시성(詩聖) 미당이 저를 두고 한 말은 아니리라.
존재란 다 그 하나이다. 다른 것 같지 않은.
유일하고 일회발생적이고 “다 이루었다”며 소멸하는 것이다.
임이라 할까, 사랑이라 할까, 아니라도 다 그렇겠네.
무슨 주문이 이런지 나도 모르겠지만...
딱히 ‘질마재 신화’ 아니라도 그렇지, 무슨 신화 같은 게 있어야 될 것 같아.
‘신의 이야기’여서 신화가 아니고
뭔가 있기에 설명은 해야겠는데 알지 못해 밝힐 사실은 없고
그렇다고 ‘쌩구라’는 아닌, 오히려 소름끼치는 진실 쪽에 가까운 무엇
딱 들어맞는 퍼즐 조각은 아니지만 내려놓고 보니 얼추 그림이 되는
갓밝이 막 지나며 돋을볕이 안개를 흩는
보일 듯 말 듯한
보이기는 해도 아지랑이 이는 보리밭 뒤에 어룽거리는 미루나무 자태 같은
그런 걸로 보여주라.
신재효, 서정주, 김소희를 모아 ‘가객 삼합(歌客 三合)’이라 하는 이도 있던데
아무래도 차근차근 돌아보며 사나흘 묵어야 쓰겠네
무서리 내리고 사람 발길 뜸할 때쯤 되어
일찍 못 가면 보리 싹 돋을 때쯤 되어 내려가리다.
이번에 평점이 박하다 미워하지 말고
그때는 가객(佳客)으로 맞아주시게,
사진: 육명심
{괜히 주절거렸지, 가보면 “우와~!”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