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11월이란 말이지

다 간 것인가 하면 아직 남은 것이기도 하거든.

버린다고 그러고서 남긴 게 있어 부끄럽고

다 빼앗긴 줄 알았는데 정작 알짜배기는 남아있어 감사하는 날이거든.

 

다 ‘사랑’에다 가져다붙일 건 아니지만...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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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갈아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파란 하늘에서 노랑잎들이 쏟아져내려오더라고.

Confetti처럼.

{음~ 저것들이 모두 금화라면? 맞아죽겠지 뭐.}

아, 이런 날은 포토샵 이용하지 않고도 명백한 보색대비를 재생할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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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챙겨 남산에 올라갔는데

일찍 저무는데다 아침 같지 않고 잠포록해서 ‘쾌청’을 집어넣을 수는 없었지만...

웃지 않아도 어둡지는 않은, 그늘에서도 으스레하지 않은 자태 말이지

감이 안 오면 그냥 그윽함이라고 하자.

아무나 드나드는 바깥사랑 같은 남산이 그렇게 깊고 아늑한지 몰랐어.

단풍 보러 멀리 갈 것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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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시푸름이 곱던 시절엔 미워할 것을 미워함이 장한 일이었는데

‘부패의 힘’에 끄덕이는 즈음 바랜 회청색에 안도한다.

시뻘겋지도 샛노랗지도 않은 잎들 다 곱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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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저물고 까막까치도 깃 찾아갔는데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날지 않지만

되돌아볼(Nachdenken) 때이기는 하다.

 

     Da schon die Sonne sich verbarg

     Und in die fahlen Berge sank,

     Der rauhe Wind im gelben Park

     Mit Laub bedeckte Weg und Bank,

     Da sah ich dich und sahst du mich;

     (... ...)

     Es dunkelte, und keines sprach ein Wort.

 

     -Hermann Hesse, ‘Das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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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많이 찍었는데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 많더라마는

영혼에 찍힌 음화 켜를 이뤘는데

인화할 틈을 찾지 못했어.

 

쌓인 잎들 바라보며

간 거는 간 거니까(The past is past) 하다가

한번 들춰보고 싶은 마음도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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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보름인가보네.

남대문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달을 본다.

 

옛적에 “사주 관상봅니다”꾼들이 줄줄이 앉아있던 데라고 그러니까

“점쟁이들은 하나같이 꼴이...”로 거든다.

그야... 소경 제 점 못치고 무당도 제 굿은 못하는 거야.

더 물어볼 것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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