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블 12월
이름이 겨울인데 “너희들 나 누군지 몰라?” 그러지 않겠어?
그 동안 따뜻했던 거지 그렇지 않을 때에 갑자기 추위가 닥친 건 아니거든.
조선블로그에 섞여 그러구러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러다가 바를 정 자 써버리겠네?
아무도 오지 말라면 문 열어둘 게 아니지
대비로 댓잎 쓸어 길 보이게 하는 건 찾아올 사람 있다는 뜻 아닌가.
일부 간판선수들처럼 자극적인 제목과 포털 사이트 광고로 호객하지는 않더라도
다녀가기를 기다리는 두어 명쯤 마음속의 이웃으로 두고 있을 거라.
그러니 집안에 머문다 해도 불쑥 찾아올 이 있을까 싶어 옅은 화장이라도 하고 지낼 거라.
제가 찾아간 게 부끄러워 뒷걸음으로 흔적 지우며 돌아오기도 할 거라.
그러다가 마주치고선 곁눈질도 못한 채 피했을 거라.
나중에 얼굴이라도 똑똑히 보아둘 걸 싶어 주먹으로 가슴 쳤을 거라.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닌 우련한
빛깔이 있기는 있는 듯한, 무슨 칠을 하긴 한 것 같은 청묵(淸墨) 정도의 존재를 두고
호기심이라고 그러기엔 자기비하, 그리움이라고 단정하기엔 ‘~씩이나’에 물음표까지 달
그런 느낌말이지
일부러 바림질한 듯 번져나가는 거야.
가을 가고 나서도 그런 증세 가시지 않는다면
이젠 무슨 핑계? 섣달 병? 그런 건 없지.
대설주의보 내린 적 없지만
공연히 백설을 떠올리고 그러다가 백석도 들먹이게 되는 때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애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흰 바람벽이 있어’-
저 가락시장의 눈물의 포옹뿐만 아니고 그래도 살아야하는 이유의 재고가 바닥을 보이는 이들에게
백석은 아무래도 사치인 게야.
그래도 그가 오래 살아남아 로동신문에 실림직한 시 나부랭이를 써왔다는 걸 생각하면
그대들 슬픔도 사치인 게야.
{먹고살기 힘든 건만 아픔은 아니거든.
그러니 괜찮아 보이는데 아프다고 그러는 사람들 미워할 게 아니거든.}
송년 모임 많다고 다 다닐 것 아니듯이
마주치면 좋을 사람들 나다니는 길목마다 지켜 설 수는 없는데
그래도 다시 보고픈 임 있으면 말이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누추해지는 건 아니니 해 지나기 전에 말해둬요.
-예의 차리며 인사 나눴는데 약속 잡히지 않았다고 해서 더욱 섭섭해질 건 없어요.
-좋게 헤어진 줄 알고 그만 사진틀에 넣어두어요.
-바랜 색깔 두고 새사람이 뭐라 하지 않을 테니 눈에 잘 띄지 않는 데에 걸어두어요.
꽃 들고 오는 이
꽃으로 오신 임
그것도 눈 내리는 밤에.
험, 꿈이야 뭐라 하겠나
상상에 부가가치세 붙지 않을 것이고.
가자면 날씨 가릴 것 없이 가는 것이고
오자면 아무 날에나 올 수 있겠지만
비 그치거든 떠나라, 겨울이나 나고 가라
꽃 지기 전에 오라, 내 아프니 좀 들리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해도 오고가는 게 발 달린 사람 맘이니
해 지나기 전에 보고 싶다는 것도 내 바람일 뿐이다.
소원수리서 작성했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12월, 또 한 해 그냥 가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