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2
친구 조영래 변호사가 골초이기는 했지만 그래서 폐암에 걸린 건지 43살에 간 게 그래선지
응 그럼 법정 스님도 골초, 그래서, 그래서?
이성부 시인 술 좀 했다대, 그래서 간암?
그래도 그 <智異山에서>, 거 뭐냐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을/ 찾아가야 할 길 멀고 몰라서/ 길섶 풀잎에게도 말을 건넨다/
막걸리에 달아올라 내려가는 길/ 왜 이리 더디고 비틀거리느냐”
그렇단 말이지? 벽소령에서 한 사발 주욱했으면 됐지 빗점골에서 양수아 생각나서 또 한 잔
우리 앞에 비로소 길이라서 또 한 잔, 그때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게 뭐 어떻다고 늘 또 한 잔
그라모 쓰는감, 쯧.
2월에 떠났으니 온다는 봄 못보고 간 건지
아 봄 같지 않은 봄 차라리 안 보겠다고 한 건지
그래도 그러고서는 에이...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봄이 오는 자연의 당위성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봄이 더디게 오는 데 대한 안타까움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의 찬란한 모습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오기야 하지만
나가서 맞은 이가 더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그야 뭐 더 많이 떨고 더러 凍傷 걸릴 수도 있겠지만.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을 제 자리 지키다가 接見하듯 對面하면 안 되지.
“그대는 참 장하고 나는 부끄러워. 그래도 뵙게 되니 기뻐.” 그게 만남 아닌가?
모든 것은 변한다(Omnia mutantur)라는 뜻으로 고대희랍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Heraclitus)는
“모든 것은 흐른다(Πάντα ῥεῖ)”라고 했다.
늘 새 물이 흐르니까 같은 강에 들어갈 수는 없지.
(ποταμοῖσι τοῖσιν αὐτοῖσιν ἐμϐαίνουσιν, ἕτερα καὶ ἕτερα ὕδατα ἐπιρρεῖ.)
그래 다 변화한다는 의미로 흐른다고 하지만, 흐름의 분명한 모습은 물에서 보게 된다.
강물이 흐르고, 빗물도 흐르고, 눈물도 흐른다.
그런데 눈은 물 아닌가? 왜 흐르지 않고 쌓여?
물을 많이 머금은 눈(濕雪)이어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 되었다는데
왜 흐르지 않고 고였냐고?
눈이 무슨 무게가 있냐고? 손바닥에 닿을 때, 情人의 머리에 내려앉을 때 무게를 느꼈냐고?
5톤 트럭 30여대 분의 무게였다는데...
그렇구나, 가볍다 해도 흐르지 않으면 그렇게 되는구나.
무르익은 봄 아니고 다가올까 말까 하는 봄
그때쯤 세상은 한겨울보다도 쓸쓸하더라고.
쓸쓸해서 그리운 풍경
내가 돌봐줘야 할 것 같아 떨어져있으면서도 마음 쓰이는 한국 山河.
그래도 희망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점점 거세지니
웬 변고?
그래, 같은 시대에 동갑내기로 경쟁하던 아사다 마오, 그리고 김연아.
너희들의 때가 흘러갔구나.
{눈물나는 실수, 역겨운 편파판정 같은 게 있었지만,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건 어쩔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