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앓이
달이 어디쯤 떠있는지 하늘에 무슨 금이 있겠냐만
이맘때면 중천에서 서쪽으로 두어 뼘 넘어가지 않았는가 싶은 한밤이다.
그러고 겨울밤 길다 해도 물러설 때는 더 빨리 가는 것이라서
오래잖아 날 새고 달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여름밤의 짧은 꿈만 아쉬운 게 아니고
잡지 못하는 것들은 오래 머무는 시늉 했더라도 결국 사라질 궤적이니까.
이 시간에 왜 깨어있냐고?
무슨 걱정거리나 ‘월야사(月夜思)’랄 게 있겠는가마는
잠버릇 나빠 자주 깨게 되고 깨면 한참 앉아있게 되니 말이지.
게다가 치통을 얻게 되었구먼.
자도 잔 게 아니지만 꿈을 꿨다는 게 잠든 적이 있었다는 얘긴데
몸 아플 때 무슨 고운 꿈 꾸겠냐고?
00당 사건인가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가신 분들을 사후 인터뷰하는 꿈.
-덫에 치었으나 목숨이 붙어있는 동안 시시각각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요?
-아프기만 했지 무슨 생각이랄 게 없었네, 그저 빨리...
{아휴, 이 아파~}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 이후 난간에 올라간 분을 붙잡으려는 꿈.
{악, 아파~}
그렇게 누워있느니 차라리 일어나 앉은 거라고.
“사람이 진득하지 못하고...” “웬만하면 참지...”로 내게 돌 던질 사람?
그렇더라,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 형편을 안다고.
상처만이 상처를 치료한다고 그러대, ‘the wounded healer’라는 말도 있고.
내가 참 말은 잘 했거든.
사랑이란 그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는 것이라고
그가 아프듯 나도 아프면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된 거라고.
{내 아픔에 그의 아픔을 올려놓을 자리가 있다? 그게...}
그래도 다들 아프다는데
멀쩡해보여도 저마다 이 앓듯 아프다는데
내 아픔만 호소할 것도 아니고
네 아픔 돌보다보면 내 아픔 잠시 잊을 것 같구나.
{아 어제 치과에 갔거든.
통증 호소하고 사진 찍고
아픈 이가 어딘지 만져보라고 해서 가리키니까 흔들어보라고 하네.
흔들리냐고 묻고는 뽑아야 되겠다고, 그러고는 임플란트를... 그러기에
어떻게 신경치료만 해줄 수 없냐고 그랬더니
의사를 못 믿냐, 신경치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거다, 진통제 처방 줄 테니 그냥 가라...
야단만 맞고 나와 진통제 먹었는데
덩달아 배도 아프지 이 아픈 건 가시지 않더라고. 내가 잘못한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