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1
“겨울하늘이 저리도 파랄 수 있을까?” 그랬다고 “하늘 푸른 줄 몰랐어?” 그러시진 않겠지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으로 이어질 사연인지 아시잖아요? 그야 어떤 날씨라고 달라지겠습니까?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도 있고, 비오는 밤 눈 내리는 날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날씨야 핑계지요. 오래 떨어져있음이 낯 섬까지로 자란 어색함을 완화하는 도입부이기도 하고요. 그런 뜻이라면 연말도 마찬가지이겠네요. 평범한 송년안부와 신년기원이라고 해서 고객관리 연하장 같은 건 아니잖아요? 오래 못 뵈었으니 그동안 “그러니 어떡하란 말이냐?”로 변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전에도 그러셨지요.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로 걸림 없자는 분이니 누가 붙잡는 걸 좋아하시겠나? 멀리서라도 소리 높이면 행여 들릴까 해서 이러는 건 아녀요. 무슨 무공 초식 이름 같지만 일도참정(一刀斬情)이랄까 단칼에 천잠사(天蠶絲)보다 질긴 정을 벨 수 있도록 내공을 쌓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때에 내 말이 죽였노라”라고 할 수 있는 때가 오겠지요. 하하, 연말은 존댓말로 편지 쓰고 싶은 때라 시작하고 보니 소설이 되고 말았어요. 그게 졸졸붓 처음 들었을 때는 ‘당신’이 있었는데 금방 우습다는 느낌이 스며드는 바람에... 그 왜 노벨문학상 후보께서 읊으신 노래 있잖아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꼭요.
{무슨 시험에선가 ~조를 써넣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어떻게 계면조는 생각났는데 아직도 빈 ( )가 남아있기에 ‘농담조’라고 했다나요.
우리야 뭐 담담(淡淡)조로 하면 되겠어요.}
1
구름이 쫓긴다면 어디로 가는 걸까?
소나기구름이 ‘탈주대특급’으로 달려간다고 하늘 밖으로 나가는 건 아니잖아요?
구름은 하늘을 벗어날 수가 없지요.
그러면 하늘이 구름을 붙잡아둘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안 되겠네.
그러니 하늘 안에서 일어났다가 스러진다고 하늘 맘대로 되는 건 아니네?
그래도 하늘 있어 구름이지 구름이 먼저 있는 게 아니지요.
그리고 구름 가는 길은 하늘이네요.
2
큰 강 옆에 작은 강 나란히 흐르는데
합수되는 것도 아니라서 샛강도 아니고 따로 가는 길인데
변변한 이름 따로 갖지 못하고
큰 강에 눌려 “애걔, 조거...” 같아 보여도
아이들 놀기에, 채소 씻기에, 빨래하기에, 어둠 빌려 몸 씻기에
그 만만한 물줄이 괜찮더라고요.
3
춥지 않아도 겨울은 겨울이니까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라니요?
예전에는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냐 사람이라야 사람이지” 그랬거든요.
사람은 다 사람이에요. 사람다운 사람 따로 없고 사람은 다 사람답거든요.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에이 이 짐승만도 못한...”
그게 화나면 무슨 소린 못하겠어요? 정신없이 하는 말.}
반야월, 남인수 캄보로 만든 “살아서 사람이지 사람이 아니외다”라는 노래가 있기는 했어요.
그 전에 한하운은 “아니올시다 정말로 아니올시다”라고 절규했고요.
에이, 그러면 되나요?
행복추구권이 있다고 아무 때나 다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잘 안 풀리기도 하는 때에 불행하다고 그러지만요
사람이 사람인 게 어딘데요?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저를 알아주시고
인생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저를 돌봐주시는지요?
아궁 속에 던질 풀도 고이 입히시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