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만납시다
-어? 쟤네들은 어떻게 저길 올라갔죠?
-길 따라 갔겠지.
-피, 저런 돌산에 무슨 길이 있다고?
-그야 여기서나 안 보이지 가까이 가면 길이 보일 거야.
-사람이 가지 않았는데 무슨 길이 있겠어요?
-사람이 길을 내기도 하지만 길이 있어 사람이 가기도 하고...
짐승에게도 짐승이 가는 길이 있거든.
-그러면 짐승도 길로만 다니나요?
-가기 편하고 안전한 데를 디디며 가겠지.
아이들 어렸을 적에 로키 산 국립공원을 여행하는데
가파른 벼랑에 암벽 타듯 올라가거나 높은 바위 끝에 입상처럼 서 있는 산양들이 보였다.
산양들에게도 다니는 길이 있다고 아는 척했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신기하지 않았겠는가?
그야 그런 데서 살도록 지어진 존재이니까.
{창조냐 진화냐 그런 논쟁 필요 없겠지?}
그런 것들이 평지에서 살면 산양이 아니지.
녀석들은 거기가 좋다고 그럴 것이다.
사람도 환경에 적응하지만 환경을 개조하기도 한다.
겨울이 되었다고 털이 더 자라지는 않고 털옷을 덧입는다.
냉난방시설을 갖추고 살고.
다들 어렵다고들 그러는데
손해와 지출이 늘어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살아남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길이 있겠지요.
문이 있겠지요.
나갈 데가 없다(no way out) 하지 말고 찾아봅시다,
있을 법하지 않은 데에 있을 수도 있고
천장을 뚫고 나오는 방법도 있으니까요.